서론
익숙하고 낯선 신여성 현상
참정권 운동과 공적 ‘공간의 침입자’들
1장 근대성과 젠더
메트로폴리스의 퀴어 공간들
근대적 정동의 젠더화
근대적 시공간의 젠더화
근대적 남성 히스테리: 포탄 충격
감각의 위계화와 시각의 젠더 정치
근대적 복장의 정치(1: 댄디즘과 동성애
근대적 복장의 정치(2: 신여성과 크로스드레싱
근대적 사피즘과 퀴어성
2장 폭식하는 물신주의자들
페티시와 여성적 주이상스
폭식증자와 에로스 경제
보철화된 여성들
탕진하는 여성들
3장 레프트뱅크 레즈비언 코뮌
동시대의 비동시성으로서 파리의 레즈비언들
내털리 바니: 폴리아모르 사피스트
르네 비비앙: 레즈비언 거식증자
주나 반스: 레즈비언 우울증자
거트루드 스타인: 교차언어적 아방가르드
4장 유쾌한 사피즘과 퀴어 멜랑콜리아
주인 없는 땅
사피즘과 ‘다른’ 양성성
젠더 이주 공간으로서 ≪올랜도≫
≪고독의 우물≫과 퀴어 멜랑콜리아
5장 히스테리 페미니스트
근대적 증상으로서 히스테리 여성들
안나 O의 개인극장
도라의 유혹적인 열쇠
새로 태어난 여성
히스테리 여성 분석가가 되다: 카렌 호나이
6장 붉은 정의의 혁명 전사들
붉은 혁명 전사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여성 문제의 사회적 기초
날개 달린 에로스와 붉은 사랑
경성의 콜론타이 허정숙
마무리
이 책에서는 1920년대라는 특정한 시대에 런던,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에서 살았던 다형 도착적인 신여성들을 대략 물신주의자, 레즈비언 뱀파이어, 젠더퀴어 멜랑콜리아, 히스테리증자, 붉은 혁명 투사 등으로 범주화했다. 탐욕스럽게 자원을 ‘탕진하는’ 물신주의 여성들은 근대가 가져다준 소비 공간과 공모하면서 가부장제에 기생하는 여성들로 치부되지만, 그들의 ‘도착적’ 욕망은 이성애 섹슈얼리티와 공모하면서도 일탈하고 자본주의의 생산궤도에서 탈주하는 얼룩이었다.
그들의 수동적 공격성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숙주를 변형시키거나 치환하려는 충동과도 맞닿아 있었다. 레즈비언 젠더퀴어 멜랑콜리아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애도하면서도 그들과 결코 작별할 수 없었다. 그들은 사랑의 종교의 신봉자로서 자부심과 사회적 비체로서의 수치심 사이를 오가는 우울증자들이었다. 외관상 현모양처이자 효성스러운 딸이며 다정한 누이로 패싱하는 순종적인 히스테리 여성들은 아픈 몸으로 자기 반란을 도모했다. 히스테리증자의 반란은 끝내 기존 가족 질서로 재포획되고 봉합되는 것으로 비판받지만, 다른 한편 그들은 아픈 몸이라는 가장무도회를 연출함으로써 가부장제 안에서 지적 권력을 확보해냈다. 남자 형제들과 경쟁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싶어 했던 붉은 혁명 투사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들은 더 많이 챙겨간 공정하지 못한 형제들을 시샘하고 아버지에게 매를 들도록 부추기는 배반의 정치를 통해 사회정의와 평등을 실현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여성 현상들이 표출되기까지는 메트로폴리스가 주는 익명성이 한몫했다. 도시가 너희를 자유롭게 해주리라는 환상처럼, 메트로폴리스의 익명성은 다른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는 잠정적인 해방구였다. 그로 인해 성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전근대적, 전통적 지역 사회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퀴어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가 부여해준 일자리 소득과 경제적 독립은 개인들에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