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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주디스 버틀러 읽기 : 젠더의 조롱과 우울의 철학 - 여이연이론 13
저자 임옥희
출판사 여이연
출판일 2006-08-31
정가 15,000원
ISBN 9788991729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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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

1부 젠더의 가장무도회
1. 섹스/젠더/욕망: 그 갈등의 서사
2. 언어의 수행성과 젠더의 가장무도회
3. 근친상간금지와 친족구성
4. 동성애금지와 젠더 우울증

2부 국가.법.젠더
5. 양심이 우리 모두를 주체로 만든다
6. 혐오발화와 포르노그래피 논쟁
7. 군대에서의 동성애와 편집증
8. 국가.법.여성:『안티고네의 주장』

3부 불확실한 삶과 부적절해진 타자들
9. 폭력과 애도의 정치학: 『불확실한 삶』
10. 조롱의 독법:「젠더는 불타고 있다」
11. 유랑하는 비체들의 유머: 배수아 읽기
책 속에서

버틀러의 젠더 철학이론은 과감하다.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므로 절대 묻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허를 찌르는 질문들을 해댄다. 이성애 친족구조, 재생산, 근친상간금지, 동성애금지 등에 대해 의심하고 조롱하며 지속적인 탐색작업을 펼친다.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조건들인 국가, 법질서, 젠더, 섹슈얼리티 등을 ‘더 이상 묻지 마, 다쳐’라고 할 지경까지 끌고 나간다.

우리나라의 유림들이 호주제 폐지를 악착같이 반대했던 까닭은 ‘근본’의 훼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버지를 모름으로써 근친상간을 범하게 되면 소위 인간의 탈을 쓰고 금수만도 못하게 된다. 천륜과 인륜의 근간이 되는 것이 근친상간의 금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림들의 공포는 근친과 친족을 만고불변인 것처럼 간주하는 데서 온다. 반면 버틀러는 근친상간금지에 앞서 근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질문의 초점을 맞춘다. 『안티고네』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이성애 핵가족이라는 오이디푸스 가족 자체가 근친상간을 부추기는 핵심공간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역설을 그녀는 지적한다.

동성애를 병리적인 것으로 보는 교황청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이성애가 지배적인 우리사회에서 버틀러의 이론은 분명 난감한 지점들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노동(성노동, 감정노동, 가사노동, 모성, 재생산에 관한 페미니즘 논의는 가부장제를 수리, 보수, 유지하려는 논의들이지 근본적으로 그것을 부정하는 논의가 아니다. 이에 반해 버틀러는 가부장적인 제도와 법, 국가의 보호 자체를 철저히 거부한다. 이성애 재생산보다는 퀴어의 정치성을 주장하는 그녀의 이론은 불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