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5
1부
부산 12
66세가 되면 15
청룡열차 19
황령산 21
해운대 24
한 눈으로 28
푸조나무 30
포장마차 34
자갈치시장 37
이기대 40
2부
우체국 44
옥상 마을 47
오륙도 등대 50
영도다리 53
연탄집 56
숲 60
서면 1번가 64
산복도로 68
복천동 고분 72
문현동 곱창골목 74
3부
몰운대 80
동물원에서 82
도심 열차 88
달맞이언덕 92
낙동강역 96
기장시장 100
건널목 104
가을 운동회 106
물렁물렁한책 109
갑甲 110
범어사 111
4부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 118
5월의 웨일스 121
씻김굿 125
바이킹 129
삼겹살 명상 134
한여름의 법문 136
오도송 137
상무주 가는 길 138
돈수화 ― 통도사 극락암에서 139
다비 141
해설 | 부산, 부산 사람, 부산말, 부산의 품 ― 김홍희 시집 『부산』의 의미 | 정훈
부산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요, 선물인 시집!
한 장 한 장 넘기면 보이는 세계의 속살을 천천히 매만지면 되살아나는 부산, 부산 사람, 부산말, 그리고 포근한 부산의 품을 만날 수 있다. 억수로 치솟아 올라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눈물 되어 흘러내린다. 부산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요 선물이다.
― 정훈 문학평론가
김홍희의 시집에 수록된 시제들에 나오는 지명만 훑어봐도 얼마나 이곳 부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작가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황령산, 해운대, 자갈치, 이기대, 오륙도, 서면, 복천동, 산복도로, 문현동, 몰운대, 달맞이 언덕, 낙동강, 기장 등이 그렇다. 이름만 들어도 정겹고, 아련하고, 그립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기분이 생긴다.
많은 이들이 부산을 말해왔고, 부산을 썼으며, 부산을 전시했다. ‘부산학’의 열풍이 2000년대 이후 이곳 부산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전국에 부산을 알리기도 했다. 이 나라 제2의 도시라거나 최대의 항만도시라는 상투화된 캐치프레이즈만으로 부산을 말하기는 택도 없다.
나에게 부산은 개인의 애증사이지만, 크게는 민족의 시련을 송두리째 받아들이고 넉넉히 채워준 가마솥이다. 전쟁으로 밀어닥친 피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안아준 넉넉한 터이자 독재에 항거한 수많은 열사를 낳은 곳이다.
바깥으로는 물건을 내다 파는 관문으로, 안으로는 민족의 주린 배를 채우는 입의 역할을 건강하게 해온 불 밝힌 항구다. 정치적 멸시와 천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야당으로 살기를 수십 년. 그래도 꿋꿋하기만 하고 뒤끝 없는 사내들의 바다이자 억척스런 삶을 시장바닥에서 보낼지언정 자식만은 당당히 키워낸 어머니들의 땅이다.
― 「부산」 부분
미천한 재주를 한탄하며 바위틈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어느새 도시는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이 만든 불이 일시에 바다를 드러내고, 어두운 산들을 드러내고, 새로운 길을 만들고, 그 길은 모두 집으로 집으로 이어졌다. 바위틈을 빠져나온 나는 어둠 속에서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