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으로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
세상에 남은 것이라곤 마른 나뭇가지와 부서진 돌멩이와 바람에 날리는 모래와 세상을 집어삼킨 검은 연기뿐이다. 오랫동안 먼 길을 온 듯 피곤해 보이는, 하지만 어딘가 확실히 갈 곳이 있는 듯 단호한 아이는 뚜벅뚜벅 세상을 통과한다. 한참 만에 아이가 도착한 곳은 검은 연기를 내뿜는 원자력 발전소. 아이가 들어간 그곳에는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수십 개의 스위치들이 압도한다. 아이는 그중에서 가장 크고 빨간 스위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힘차게 누른다. 그리고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타고 온 엘크와 함께 쓰러지듯 잠이 든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새싹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날아들어 지저귄다. 검은 연기를 무섭게 내뿜던 굴뚝은 파랗고 싱싱한 잎들로 둘러싸인다. 생명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아직은 끝이 아니다. 아이는 다시 엘크를 타고 길을 떠난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또 다른 죽음의 굴뚝을 향해서.
이 모든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한 글자도 발견할 수 없다. 작가가 온전히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고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자 하나 없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아이의 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오롯이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절망으로 가득했던 아이의 길이 희망으로 바뀔 땐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아이가 누른 빨간 스위치는 그냥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스위치가 아닐까.
이제 우리가 스위치를 끌 차례
이야기 끝에는 화석 연료나 원자력 발전을 멈추고 왜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해 환경 잡지 ‘함께사는길’ 박현철 발행인의 쉬운 설명글이 담겨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석유, 석탄, 등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은 62%, 수력은 15%, 원자력은 10%,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는 13%에 불과했다. 화석 연료를 태우면 미세 먼지와 함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