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정신질환을 이야기하는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임상 경험
정신질환은 아직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분야로,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으로 이야기되기 십상이다. 특히 살인과 방화 등 강력범죄와 연관되어 언급되는 경우가 흔한 조현병은 사람들의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신질환을 둘러싼 이러한 고정관념은 환자와 그 가족을 좌절하게 하는 또다른 벽이다. 실제로 레디는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보호자와 자신을 비교하며, 다른 질병과 달리 조현병은 언급하면 안 되는 병, “미친 사람들”의 병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한다. 고정관념은 그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막는다.
레디는 미국의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백인 이성애자로서 의료 보험의 혜택을 누린 자신의 언니의 사례가 조현병 환자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우리 사회가 조현병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사례가 적을수록 그것에 관한 편견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족의 오랜 비밀인 언니의 조현병과 본인 가족이 겪은 고통, 그 고통을 미래의 자녀에게 물려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자신이 직접 만나본 정신질환자들을 소개하며 이 이야기가 조현병을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한 여러 사례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또한 의료사회복지학 전공자로서 자신이 최근에 접한 연구들을 소개하며 조현병을 둘러싼 말들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토대를 쌓고자 한다.
행방불명이 불러온 “모호한 상실”과
그럼에도 마침내 회복하는 삶의 힘
『언니가 내게 안아봐도 되냐고 물었다』는 조현병과 언니의 삶을 주로 다루지만, 동시에 행방불명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호한 상실”에 관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레디는 언니의 실종 이후 가족이 겪은 죄책감과 우울감,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깊은 슬픔, 그럼에도 세상이 전혀 변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