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냉정한 결기로 반짝인다.”
_젊은작가상 심사평
2021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가
전하영 첫 소설집!
문학, 영화, 미술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디렉터
전하영의 섬세하고 풍부한 수장고-소설 속으로
단편소설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로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쥔 소설가 전하영의 첫 소설집 『시차와 시대착오』가 드디어 독자의 곁을 찾는다. 저온을 유지하는 차분한 문장, 롱 테이크로 촬영중인 영화 속 장면을 좇는 듯한 안정적인 호흡, 현실적인 에피소드의 중첩이 만드는 서사의 부피감, 그리고 그 속에서 문득 돌올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삶의 아이러니를 통해 전하영은 자신의 소설에 세련된 분위기와 신선한 감각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전하영 소설의 참신함이 그가 추구하는 소설쓰기의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소설가로서의 전하영은 ‘아트 디렉터’라 불릴 만한데, 다양한 예술 분야를 소설 안으로 왕성하게 끌어와 배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를 공부하고 영상 예술가로 활동한 이력을 지닌 그는 텍스트를 마치 필름처럼 편집하는 장기를 발휘하여 영화를 닮은 장면 전환을 구현하고(「영향」 「남쪽에서」, 실제로 출품해도 손색없을 가상의 미술작품을 창조해 주요한 이미지로 활용한다(「당신의 밝은 미래─현대미술 작가로 살아남기」. 직접 촬영한 사진을 소설의 뼈대로 삼아 문학과 시각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흥미로운 시도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JHY를 위한 짧은 기록」. 그뿐 아니라, 우연히 조우한 기성 문학·영화·미술 작품들에 독자적인 맥락을 부여해 소설 속에 녹여내는 순발력과 탁월한 연출 감각은 전하영 소설만의 깊고 풍부한 스타일을 완성해낸다.
예를 들어 『시차와 시대착오』의 첫머리에 놓인 「검은 일기」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묘한 저택에 사는 소설가가 주인공인데, 누아르 영화 속 탐정 역으로 유명한 배우 험프리 보가트를 닮은 비밀스러운 캐릭터가 소설가를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