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Prologue ― 〈달지기〉와 달에 있는 호텔 (Cienfuegos, Cuba
11 Tie-break (Barcelona, Spain
23 영원한 건 없지만 (Segovia, Spain
35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일 (Montseratt, Spain
53 구속과 가스라이팅 (Sitges, Spain
63 다리와 시장 (Jirona, Spain
83 종이배와 SNS (Bratislava, Slovakia
95 사람의 무게 (Montmartre, France
113 시간을 측정하는 몇 가지 방법 (Lofoten, Norway
131 나를 보살피는 불치병 (Stockholem, Sweden
143 여행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Sevilla, Spain
167 언어에 대한 몸의 속도 (Kojimar, Cuba
183 색에 관한 몇 가지 생각들 (Varadero, Cuba
203 아웃사이더로 돌아가기 (Cienfuego, Cuba
215 가족 (Trinidad, Cuba
229 선택과 확신 (Santa Clara, Cuba
251 알지 못해서 즐기는 환상 (Habana, Cuba
265 낙천주의자의 변명 (Cancun, Cuba
293 친구와 신의 경계, 히말라야 (Khumbu, Nepal
327 Epilogue ― 다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는다 (Seoul, Korea
책 속에서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저 견뎌야만 할 때가 반드시 온다. 어떤 시간은 그저 견뎌야만 한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시간처럼 혹은 내 핏줄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순간처럼.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공부에서 찾고 또 책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삶도 ‘어제’ 시작되진 않았다. 그건 내 인생 전체를 바쳐 준비해온 일이다. 그러니 어떤 것들은 긴 강물처럼 ‘아주아주’ 먼 곳에서 오래전에 시작된 셈이다.
시장에 가면 그 도시의 사람들과 음식과 문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그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물건과 음식이 있다. 그리고 그 지방에서 생산하는 먹거리와 특산품을 볼 수 있다. 시장은 도시의 생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장이 열린다〉고 표현한다. 열린다는 표현은 개방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시장엔 흥정의 여지가 있다. 정찰제가 아니다. 몇 푼 아니어도 흥정은 그것만의 쾌락이 있다. 가격을 흥정하기 위한 밀고 당기기는 엄연한 승부다. 그러니 전략이 필요하고 반전이 있다.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지낸 6개월은 이전의 시간과 길이는 같지만, 폭과 깊이는 훨씬 넓고 깊다. 그러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더 많은 부피를 가진 셈이다. 또한 무게도 다르다. 같은 6개월이라도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더 큰 부피를 가진 6개월이라는 시간 속엔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전의 다른 시간에 비해 훨씬 무겁다.
경험이란 무게로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이다. 무엇인가를 경험한다는 건 대상이 지닌 특성과 가치들을 내 몸의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접촉하고 내 몸 어딘가에 저장하는 과정이며 결과이다. 그러니 저장되는 것들은 사과나 금이나 혹은 책처럼 무게를 지닌다. 저장한다는 개념은 일정한 부피를 가진 공간에 부피와 무게를 가진 물건을 채우는 행위이다.
여행에 대해서라면 난 아직 배가 고프다. 아직도 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나라와 장소가 셀 수 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