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
제1부
자화상
유둣날
별 보러 갈래
병아리꽃
묵은지
봄은 와야 한다
사우디 박과 이 선생
국밥은 아름답다
보리누름에 웅어회
막차와 막차 사이
묻고 묻는다
이발
순자
싱글몰트위스키
외상의 부활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
엉터리 인생을 생각하다
요즘 것들
입춘방을 쓰며
지창구 할아버지
한 편의 서정시
호박잎 강된장 쌈
화개 우전차
가을이다 힘내자
황홀함과 역겨움 사이
제2부
십전대보탕
귀찮음에 대하여
마스크 소통
당뇨병 시인
누가 내 삶을 짊어질 수 있나
기댄다는 것에 대하여
가브리엘의 오보에
서른
선착순 달리기
세상은 가난이 증명하라 하고
어느 장례지도사의 말
시가 시시해졌다
사마천이 만난 빈집
정선에서
어떤 통화
사이
어떤 직선
탁구
죽집에서
제3부
수오지심을 다시 읽다
어머니
꽃구경
꽃밭에서
남덕유산 골짜기에 가서
리더십
추석
이별마저 곱다면
바다의 물총
진해극장
향일함에서 보리암까지
무게중심을 잡는 법
묵밥
합천댐에 가서
흑백다방 가는 길
불치하문
제4부
하지
삼월 삼짇날
햇살 아래 답청 가세
라면 먹고 갈래요
너라는 꽃
루이비통 반지갑
무엇은 무엇이다
쌍계차를 달이다
겨울 아침 커피를 마신다
위대한 발명
저무는 아버지의 가을
한 발의 화살
날개와 품개
가을이 왔다
본전치기
석양의 만찬
지금 재미있게 놀자
김치찌개
고향
가장 어려운 시
*해설: 마음의 공복을 나는 새-박대현(문학평론가
무욕을 지향해왔던 시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욕망은 시의 욕망이다. 시인은 그것마저도 버리고자 한다. “갈 때 보았던 이슬이/ 올 때는 흔적도 없다/ 다 내려놓고 맑게 걷기로 한다/ 시의 목적은 무엇일까/ 왜 시를 쓰는 걸까/ 하도 미심쩍은 세상이라/ 나의 지적 게으름과/ 문학적 비겁함의 변명으로 일관된/ 몇 줄의 묘사와 서술에/ 어찌 인생을 건단 말인가”(「시가 시시해졌다」 시에 대한 욕망마저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시인에게 진정한 무욕의 삶이라는 깨달음이다. 시마저 시시해져 버리고 시로부터 자유로워진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시인은 “둘레길 걸으며 입을 닫고 귀를 열며/ 마음의 공복空腹을 나는 새가 된다”(「유둣날」는 문장을 남기고 있다. 시인의 언어가 시의 욕망마저 버리고 도달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 아름다운 시인의 내면 풍경에 경의를 표한다.
-박대현(문학평론가
책 속에서
<자화상>
재색명리(財色名利를 좇은 적 없지만
재다신약(財多身弱이 부자(富者의 팔자라는데
돈도 없고 몸도 약하니
하늘이 내게 또 다른 심난함을 주었구나
동백꿀을 빠는 동박새 날개 아래
통영 장사도, 거제 지심도, 여수 오동도,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동백꽃들은 망초처럼 얼굴을 쳐들지 않고 아래로 다소곳이 벙글어
필 때 이미 질 것을 알고 열매를 위해 한 몸 기꺼이 던질 줄 안다
꽃 질 때 더 아름다운 저 생멸의 미학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
곧 사라질 존재들은
아무르표범, 검은코뿔소, 보르네오오랑우탄, 크로스강고릴라, 매부리바다거북, 말레이호랑이 등등이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존재들은
백두산호랑이, 도도, 나그네비둘기, 황금두꺼비, 흰코뿔소, 양쯔강돌고래, 태즈메이니아늑대 등등이다
그리고
내 어머니
<묵은지>
저녁 밥상에 김장 김치가 올라왔다
갓 버무린 저 날것의 풋내
저건 요리가 아니라 반찬일 뿐
누구와도 어울리는 친화력의 너른 품도 아니고
밥 한술에 소주 한잔을 부르지도 않는다
메마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