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입문서? 철학 에세이? 망상록? 사상록?
이 책이 무슨 책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저자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떠한 의도와 목적으로 쓰이게 되었는가? 철학 전공 서적을 제외하고 요즈음 출간되는 철학 관련 책들은 주로 그것에 담겨 있는 과거 현인들의 생각이나 사상이, 그것을 읽는 현대의 독자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거나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해결해준다고 설파한다. 분명히 저자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으나, 위와 같은 문구를 표방해 책을 출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리학적이거나 실존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채, 어떤 특정한 답이 존재할 것이며, 그것이 옳을 것이라 속단하고, 독자들을 판단유보의 태도로 이끌어 주지는 못할망정 그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저자는 ‘해체와 재건’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해체와 재건의 대상은 관념들이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관념을 뜯어보고, 마치 기계의 설비 및 오작동 검사를 실시하듯 그것들을 점검해본 후, 이를 새롭게 바꾸거나 강화하여 재정립 혹은 재건해보라는 의미이다. 인간의 판단과 행위는 우리 내부에 있는 수많은 관념들에 의해 지배되고 조절된다. 그중에 어떠한 것들은 우리를 스스로 잘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반면, 어떠한 것들은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새에 우리의 삶을 갉아먹는다. 우리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관념들로부터 우위를 점해 그것들을 자유롭게 사유하고, 점검하고, 수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의 실존에 가까워지는 길이자 문이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실존주의의 냄새를 풍기는 이 책은 14가지의 주제에 대한 해체와 재건을 진행한다. 주제들은 저자가 자유롭게 취사선택한 것이면서도, 서로 간에 은밀하지만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저자는 가정을 설정하기도 하고, 결론을 내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양태로 관념의 재정립을 진행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그것들이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