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골목길 저 끝에서부터 살며시 불어온 미지근하고 습한 바람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람엔 은은한 향의 냄새가 실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름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그 끝은 과연 어디쯤인지, 지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되어있을지 알 수 없는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우리가 무사히 통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향기.
_「여름의 한가운데」, 21쪽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바로 편한 운동화를 사자고, 그래서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신고 편한 걸음으로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이토록 멋진 하루를 온전히 마음을 다해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_「멋진 하루」, 73쪽
이제는 엄마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고,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같이 여행을 갈 수도 없다. 엄마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 겨우 알게 된 것 같은데 엄마는 내 곁에 없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주 엄마를 만나러 오고 자주 추억하는 것뿐이다. 엄마의 기억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계속 떠올리는 것뿐이다.
_「파주 가는 길」, 102쪽
어쩌면 누군가는 그저 반복되는 나날을 무심히 살아갔고, 그 사이 누군가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누군가는 고요함 속에 우두커니 앉아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끝없이 그리워했다.
_「수면 아래에서」, 155쪽
음, 뭐랄까,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무엇보다 가사가 참 좋아.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가사가.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거든. 거기엔 흘러가는 일상과 계절이 있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 사랑을 하고, 때론 외로워하고, 또 때론 이별도 해. 그리고 후회를 하고. 그러한 장면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하나하나 펼쳐지는 거야. 난 그게 참 좋아.
_「월간 윤종신」,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