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무의 시간으로 살기 11
언제나 꽃이었던 여자들 17
식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26
나무로 변신한 여자들 32
나무의 목소리를 듣다 42
2장
나무 그리는 방법 53
잎사귀의 매력적인 이야기 72
최초의 책은 나무다 82
강철 나무의 심장 89
나무 사진 찍는 방법 96
3장
나무의 초상화 101
열매 그림자 줍기 103
식물의 엑스레이 113
나무에게 빛을 먹이다 121
나무 그림자 되기 123
4장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정원 127
나무가 있던 어린 시절 145
5장
나무와의 로맨틱한 포옹 161
식물 애호의 징후들 168
6장
나의 식물 자손에게 185
식물학자의 슬픈 고백 190
정원이 품은 욕망 214
7장
숲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235
신앙이 된 숲 249
숲이라는 아름다운 망각 252
8장
나무 아래, 행복한 땅 279
부처와 보리수 286
9장
죽음을 노래하는 나무들 311
나무로 다시 태어나다 331
나는 어떻게 나무가 되었나 345
에필로그 349
주 350
참고문헌 357
“나는 속도에 질려버렸다. 나무의 시간을 살고 싶었다.”
‘나무의 리듬’은 순수한 욕망이자, 본성이며
가장 오래된 친구에게 듣는 삶의 태도이다
수마나 로이는 자국에 존재하는 계급과 명예 살인, 성차별과 폭력 문제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탐구한 인도의 가장 독창적인 현대 시인이다. ‘식물-되기’의 욕망은 로이의 시와 소설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창작의 동기이자 이상향이다. ‘나무가 되고 싶다’라는 이 낯선 욕망은 수마나 로이 특유의 은유적 상상력이 더해져,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나무를 만나게 한다. 이 책은 나무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편협하고 차별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관점은 우리 인간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까지 도달한다. 우리는 나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무의 열매와 꽃, 줄기, 수액까지 착취해 왔다. 수마나 로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모든 것을 착취해 오지는 않았는지 묻고 있다. 나무의 목소리와 나무의 생각, 나무의 역사까지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혹은 듣지 못했다는 식으로 착취했다고 말이다.
수마나 로이는 어린 시절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 장면에서 나무의 본성을 복기하고, 나무에 대한 자신만의 사유를 자유롭게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형제 중 유독 병약했던 로이는 방안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 로이의 몸 위로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야자수 이파리의 그림자가 덮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움직이는 그림자를 느끼며 로이는 처음으로 자유를 꿈꾼다. 나무의 리듬과 방식은 자연 그 자체에 가까웠다. 이에 로이를 기계의 속도나 소음에서 기인한 불안과 피로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무의 리듬뿐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나무는 악한 사람에게 산소를 내주지 않는 식으로 행동할 수는 없으며, 나무 그늘에서는 도둑이나 적, 나 자신도 구분이 어렵다. 생김새나 성별, 계급 같은 것으로 차별당하거나 차별하는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