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휴가 시리즈’ 8탄 역시 물건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느끼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대변한다. 그뿐만 아니라 물질 과잉 시대를 사는 현대 아이들에게 물건의 소중함이나 고마움을 느끼게 살짝 교훈까지 녹여 놓은 것도 이 이야기의 빼어난 점이다.
『냉장고의 여름방학』과 『책가방의 봄 소풍』, 『전기밥솥의 가을 운동회』, 『텔레비전의 꾀병』, 『난로의 겨울방학』, 『돼지 저금통의 기차 여행』, 『뜀틀의 학교 탈출』에 이은 『물통의 여름휴가』도 주인공 겐이치가 인간으로 변신한 사물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알콩달콩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성장하는 초등 저학년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은 동화 *
책 속에서
“이상한 일을 하는 건 내가 아니지 않나요? 날 혼자 여기 내버려 두고 다들 캠핑장에 간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물통이 버럭 화를 냈다.
그렇구나. 물통도 함께 가고 싶었구나.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 물통도 데려가요.”
--- p.10~11
“겐이치 사과하지 마. 그러지 마.”
그러고는 물통이 심술이를 한참 째려보았다.
“사과해야 하는 건 겐이치가 아니고 너잖아.”
“무슨 말이야? 나는 규칙을 잘 지켰거든.”
심술이도 맞받아 물통을 째려보았다. 그래도 물통은 흔들리지 않았다.
“규칙도 중요하지만 예의가 훨씬 더 중요해. 어서 사과해.”
--- p.30~31
“엄마. 이것 좀 봐. 물통이 온 힘을 다해 이걸 잡았대.”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대단한걸. 수고했어, 물통아.”
그러더니 엄마가 눈을 크게 떴다.
“앗, 이건?”
엄마가 톤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
“이건 좀처럼 보기 힘든 진기한 장면이야. 봐, 이 가재 지금부터 탈피할 거거든.”
--- p.48~49
푸르르, 가재가 몸을 떨었다.
“앗!”
다음 순간에는 탈피한 가재가 물을 찼다.
“왠지 몸이 반짝거리는 것 같아.”
물통이 말했다.
“새로운 가재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