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제1부 비인간타자와의 쟁론
황야는 어떻게 증언하는가― 2010년대 현대시의 동물 표상
생태적 아노미와 기후시
다시 인간으로서― 탈주체 담론에 대한 휴머니즘적 전회
가능주의자의 뒷모습― 나희덕 시인의 문학
혁명적 시간과 흑백 풍경으로서의 시인―이기성, 『동물의 자서전』
침묵과 쟁론― 안태운 시인의 침묵하는 능력에 기대어
최소한의 윤리―서윤후 시인의 시와 아도르노의 「뉘앙스 앙코르」
대화인가 도구인가―인공지능 시집 『9+i』의 미적 특징과 논점
제2부 불화의 공동체
대화의 발명― 김언 시인과 김행숙 시인의 경우
윤리적 짐승의 딜레마― 현대시의 타자의식
문학은 광장이 될 수 있는가― 주민현·정다연 시인의 광장‘들’
장소의 귀환― 서효인 시인의 시적 변화
이방인이 될 권리― 김현 시인의 젠더정치적 공간
자아로부터의 자유― 이소호 시인의 시에 대한 의도적 오독
제3부 침묵의 반향
얼굴의 요구― 나르시시즘의 시대에 문학은 어떻게 대면하는가
대명사의 윤리― 강성은·오은 시인의 시
관광객으로서의 타자― 김유림·곽은영 시인의 시
소년이라는 제도― 왜 현대시는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는가
피부로서의 자아― 이소연·채길우·이다희 시인의 시
현대시의 만화·게임적 리얼리즘― 이종섶·유형진·문보영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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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억 평론집 『침묵과 쟁론』의 핵심 물음은 현대시의 ‘대화적 가치’이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말 건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 행위에 동참할 수 없는 ‘말 잃은 자’의 곤경을 주제로 삼았다. 세상을 떠난 이나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처럼 말할 능력을 잃었거나 말의 능력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들을 대변하는 시인이 행하는 시적 대화, 즉 말 건넴의 특별함을 확인하며 시는 어떠한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속에서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이라는 형식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1부에서는 시인과 비인간타자 사이의 쟁론을 분석한다. 시인은 타인이 고통이 대신 증언할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대화의 장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타인과 더불어 동물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비인간타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시인의 윤리가 무엇인지를 나희덕, 이기성, 안태운 시인 등의 작품을 통해 진술한다.
2부에는 시적 대화가 어떠한 타자성을 진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현대시가 말 건넴의 한 방식이자 타인과 충돌하고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임을 논증하면서 ‘불화(랑시에르’의 가능성을 보존하는 시적 언어의 가치를 확인한다. 김언, 김행숙 등 시인 등의 작품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3부에는, 시는 진실한 발화가 아니라 자신을 감추고 꾸며내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시적 대화에서 꾸며낸 페르소나가 지니는 가치를 묻는다. 진정성의 자아보다 페르소나를 꾸며내는 데 익숙한 2000년대 현대시의 특징을 살펴보며, 강성은, 오은 등의 시편을 통해 꾸며낸 시적 자아의 윤리성을 검토한다.
책 속에서
타자는 숭고하다. 다시 말해서 대신 증언할 수 없는 타자의 고통은 숭고하며, 그 앞에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침묵과 침묵의 능력을 구분해야 하며, 때로 시인들이 침묵하는 자로부터 어떤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