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곱 번 살해되었다…”
극도로 불가해한 일곱 번의 수수께끼
사진작가, 여성 디자이너, 신인 남성 디자이너, 광고주, 동료 모델, 레코드 디렉터, 젊은 의사.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인 일곱 사람이 미오리 레이코의 맨션에 각기 다른 시간에 초대된다. 그리고 모두가 예기치 않게 그녀를 죽이고는 황급히 맨션을 떠나며 이렇게 안심한다. “레이코가 알려준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으니 내가 범인으로 지목될 일은 결코 없다….” 하지만 레이코의 시체가 발견된 후부터 충격적 전개가 이어진다. 일곱 명 범인 중 하나가 살해 방법을 유서에 낱낱이 밝힌 채 자살해버린 것. 공개된 유서를 본 나머지 여섯은 유서의 내용이 자신이 레이코를 살해한 방법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극도의 공포감에 빠진다.
이 소설에서 렌조 미키히코는 미스터리 룰을 과감히 뒤집어 독자에게 신선한 재미와 충격을 준다. 또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었는지 대부분의 미스터리가 작품 말미까지 숨겨두는 살해 방법을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점, 서술 트릭이 명쾌하게 해결된 후에도 진범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기존의 미스터리 문법을 완전히 뒤집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일곱 명 모두가 범인이라면 레이코는 일곱 번 죽은 셈이다. 가능한 일일까? 일곱 명 모두가 살인범이 아니라면 진범은 누구일까? 아니 진범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자살과 타살이 뒤섞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겹쳐지는 마술적 미스터리.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촘촘한 그물에 단단히 걸려 옴짝달싹 못한 채 홀린 듯 책장을 넘길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가짜 인생이니까, 기쁨도 슬픔도 가짜야”
허식의 세계에서 추는 파멸의 춤
독특한 인물을 창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렌조 미키히코가 《7인 1역》의 핵심 인물인 미오리 레이코를 공들여 빚어낸 솜씨를 보자. 남자를 후리는 데 “타고난 팜므 파탈”, “인기와 미모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린 어리석은 여자”, “허식 속에서나 광채를 내뿜는 모조 다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