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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사코의 거짓말 - 타이피스트 시인선 2
저자 박은정
출판사 타이피스트
출판일 2024-02-29
정가 12,000원
ISBN 979119863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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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빛을 견딘 시간이 언 뺨을 어루만지네
작은 경이
개와 약속
아사코의 거짓말
새와 여자의 출근
책장 속의 눈보라
진흙 정원
여름의 벤치
유칼립투스가 그려진 침대
문진(問診
스투키 연습
허깨비의 집
호수 앞에 당도한 운디네
어쩌면 마호가니로 만든

2부 나만 아는 예쁜 꽃을 품었는데
링링
호모 돌로리스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여름 감기
We Lost The Sea
눈송이가 찢어 버린 늙은 맹수처럼
무화과 향이 나는 관자놀이
사랑 없이 산책
파양(罷養
바통
광화문에서
어떤 장례식
우리는 죽기 직전에야 함께 있음을 알았다

3부 괜찮아요 별일 없이 살고 있어요
아름답지 않은 재능
밤의 무늬 속으로 준비된 천사처럼
숲에서 잃어버린 것
미행성의 탄생
시베리아 벚꽃
구안와사
프리즘으로 쓴 편지
빙식증
부두인형
화가 난 병정처럼 나를 따르세요
아르페지오
2센티미터의 과거
네가 흘린 눈물로 얼굴을 씻는다
얼음과 화산
개처럼 목숨을 걸고

산문 - 글렌 굴드의 허밍으로 쓰인 시
“무너지기 위해 치솟는
단 한 번의 신이 되는 것“

부서지고 망쳐진 세계 속에서도
작고 연약한 것들을 끌어안는 시

<타이피스트 시인선>002번으로 박은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아사코의 거짓말』이 출간되었다. 박은정 시인은 2011년 『시인세계』로 등단하여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문학동네, 2015 『밤과 꿈의 뉘앙스』(민음사, 2020를 출간하며 자신만의 목소리와 리듬으로 시적 세계를 구축해 왔다. 사랑과 죽음을 함께 쥐는 강한 악력과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문장으로 주목 받은 시인은 시집 『아사코의 거짓말』에 이르러 일상을 파고드는 낯선 감각과 예리한 시선으로 사랑과 세계의 비루함에 대해 말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부서지고 망쳐진 세계 속에서도 상처투성이의 빛을 말하고 야만적인 사랑 앞에서도 정면을 직시하며 ‘작고 연약한 것들’의 마음을 끌어안는다. 주저하고 의심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믿는 마음으로, 시인의 문장은 “무너지기 위해 치솟는 단 한 번의 신”이 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
점성과 농도로만 이루어져 있을 때
세계에 가닿을 손끝을 예감했던 것처럼

손목과 발목이 서로 엉킨 채로
두려움이, 또 두려움 없는 마음이* 동시에
서로를 한 몸처럼 먹고 마시며

어떤 사랑은 사랑이 되기 위해
자신이 아끼던 마음을 죽이기도 하니까-「작은 경이」 중에서

섣불리 구원이나 사랑을 말하는 대신
거대한 빙하, 깊은 잠과 얼음과 황무지 사이에서

시인은 “점성과 농도로만 이루어져 있”던 생명의 시작부터 “안간힘으로 마지막 건반을 누르는” 늙은 연주자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삶에 근본적인 질문과 의심을 놓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이 되는 현실 앞에서 두려움과 두려움 없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인간적 감정에 주목한다. 그 상반된 마음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아끼던 마음”까지 부인하게 되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바라본다. 시인은 사랑에 실패한 이들에게 섣불리 구원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