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 사전 답사
1장 오전 6시-새벽녘
자명종 시계/다시 잠들려고 노력한다/꾀병을 부린다
2장 오전 7시-일어나 씻는다
끌신을 신고/거울 보고/스스로 질색하고/씻고/샤워하고/머리 다듬고/면도하고/이 닦는다
3장 오전 8시-옷 입고 아침 먹고
옷 입고/단장하고/아침 먹고/떠날 채비를 한다
4장 오전9시-출근한다
날씨/교통/자동차/버스/열차/지각이다
5장 오전 10시-오전 회의
안 졸고 버틴다/경청한다/입씨름한다/예, 아니요, 알게 뭐람/머그웜프/입을 다문다
6장 오전 11시-휴식
커피/가십/믿지 않는다/담배
7장 정오-일하는 시늉
노력하지 않는 척/영업과 마케팅/이메일/파산이 다가온다/급여를 올려주세요
8장 오후 1시-점심
어디서 먹나/누가 사주나/공짜 점심/먹는다/거북을 먹는다/소화불량
9장 오후 2시-일터로 돌아오다
낮잠/가족에게 전화한다
10장 오후 3시-다른 사람을 일 시키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찾는다/다른 사람에게 호통친다
11장 오후 4시-차
12장 오후 5시-조금이나마 진짜 일을 해보자
패닉에 빠진다/마감 시간/다 그만둔다/월급 도둑질/퇴근한다
13장 오후 6시-일을 마치고
어슬렁어슬렁/저녁을 맞는다
14장 오후 7시-쇼핑한다
방향 감각을 잃는다/슈퍼마켓의 법열
15장 오후 8시-저녁 식사
음식의 요건/좌석 배치/대화를 나눈다/대화를 피한다/와인을 독차지한다/저녁 식사를 마무리한다/계산서를 피한다
16장 오후 9시-음주
술 먹으러 가자고 설득한다/술집을 고른다/문을 연다/술집에 들어간다/주문한다/술 마신다/음주의 결과/공허함/술 취함의 형태
17장 오후 10시-구애
어슬렁거린다/타깃을 관찰한다/대화한다/춤춘다/입 맞춘다/성급하게 청혼한다/팬프렐러칭/퇴짜맞는다
18장 오후 11시-비틀거리며 집으로
길 떠난다/길 잃는다/넘어진다/야영 시도
19장 자정-노스토스
돌아오자마자 소움을 낸
재담꾼 마크 포사이스,
먼지 틈으로 숨어버린 보석 같은 단어들과
‘하팍스 레고메나’를 찾아서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 부르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부른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지?”
-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 중에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 ‘언어의 사회성’을 배우며 한 번쯤은 읽었을 대목일 테니. 페터 빅셀이 본래 하고 싶었던 말 같은 건 제쳐놓자. 교과서에서 가르치려는 내용은 간단하다. ‘언어는 사회 구성원 간에 그 뜻이 합의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소개하는 단어들은 어쩌면 제대로 된 단어가 아닐 수도 있다. 오늘날에는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트키어러며 웜블크롭트며 빙고 모트 따위의 낱말들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는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단어들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은 이미 예전에 단절되어 어긋났다. 한때 어떤 곳에서는 제 소임을 다하며 아낌을 받았지만, 이제는 먼지 쌓인 사전 틈으로 영영 숨어버렸다. 누군가 나타나 위에 쌓인 먼지를 훅 불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 언론인이자 편집인, 그리고 언어 고고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우리의 ‘수다쟁이’ 마크 포사이스가 이번에는 죽은 말이 가득한 사전 더미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빅토리아 시대 농부들, 제2차세계대전 영국 해병들, 앤 여왕 시대 노상강도들, 옛 잉글랜드 수도사들의 점잖고 저속하고 망측하고 위대한 세계가 언제 저물었냐는 듯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을 어디에 쓰냐고?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의 쓸모란 이러하다.
“이 책의 쓸모없음이야말로 낱말 하나하나에 목숨을 거는 인문 취미를 갖춘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 이 책의 유일한 쓸모인 지식의 즐거움이 모쪼록 독자님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역자 후기’ 중에서
※ 하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