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숭고한 발걸음
혈혈단신으로 벨기에에 밀입국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추적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탁월한 솜씨로 그려낸 『로기완을 만났다』는 조해진 문학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작품활동 초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조해진은 현실적인 고난을 겪는 인물들과 황량한 내면의 밑바닥을 차분히 응시해왔으나, ‘로기완’을 만나기 이전 작품의 인물들은 위기에 당면해 현실을 회피하거나 자신 안으로 숨는 결정을 내리곤 했다. 하지만 작가적 고민이 한층 넓고 깊어진 『로기완을 만났다』에서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만난다. “인물들이 어느 순간 진실을 응시하면서 타인들과 연대하려고 하고, 희미하나마 희망을 찾으려” 하게 된 것이다. 작가에게 “살아 있다는 감각을 찾으려고 하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큰 용기이고 더 문학적일 수 있다”(『세계일보』는 깨달음을 주며 사고의 전환점이 된 작품. “저에게 세상을 이전보다 넓게 볼 수 있게 해준 시야와 연대와 사랑에까지 닿는 공감과 증여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으며 끝내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한 이 소설이 누군가를 만나 그 삶에서 새롭게 태어나길 희망해봅니다”(새로 쓴 작가의 말라는 소망을 담은 작품. 『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을 통해 이제 더 많은 독자들이 진심어린 공감과 연대에 동참하고, 삭막한 일상 속에서 자주 잃어버리고 마는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에 오를 차례다.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비밀스러운 존재를 만나기 위한 경이로운 여정
이니셜 L, ‘로기완’은 함경북도 온성군 세선리 제7작업반에서 태어나 자랐고 생존을 위해 홀로 이역만리 벨기에로 밀입국한 스무살 청년이다. 함께 북한 국경을 넘은 어머니가 중국에서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음을 알고, 어머니의 시신을 팔아 마련한 돈 650유로를 목숨처럼 품에 안고 브뤼셀에 온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당도한 낯선 타국에서 조국과 언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