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엄마, 잠시만. 이건 뭐예요?”
“엄마, 잠시만요. 저건 뭐예요?”
돌돌이는 궁금한 게 너무너무 많았어. 얼굴에 따끔따끔 내리꽂히는 햇살이 어디서 오는지,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자기가 누구인지…….
--- p.17
“내 머리가 돌이긴 하지만 내 이름은 돌머리가 아니라 돌돌이야! 넌 누구니?”
그 말을 듣자 엄마는 오래전 일이 떠올랐어. 엄마가 돌돌이에게 너 정말 돌머리냐고 말해서 상처 줬던 날, 돌돌이는 그때도 저렇게 담담하게 말했잖아. 돌돌이는 그날도 오늘도 흔들림이 없었어. 엄마는 눈가가 촉촉해져서 그냥 돌돌이를 지켜보기로 했어.
--- p.38
‘이거였어. 그 바람!’
여리는 숨이 막혔다. 죽음이 머지않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삶의 첫 순간, 그토록 거세고 가혹하게 느껴지던 그 바람이, 실은 자신의 곁을 지키던 이의 뜨거운 응원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그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 p.83
“그렇겠지. 그렇게 또 남의 얼굴로 살겠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있으면.”
나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내가 상큼한 레몬빛 원피스를 입고도 기쁘지 않은 이유를. 그걸 나보다 앞서 저렇게 조목조목 말해 버리는 공주가 얄미웠다. 뭔가 기를 꺾어 놓을 한마디가 필요해 보였다.
“네 얼굴이 생기면 뭐 할 건데? 그깟 얼굴이 뭐라고 대책도 없이…….”
“남의 옷 입으면 뭐 할 거 있던? 그깟 옷이 뭐라고 얼굴도 없이! 난 원피스 입은 수빈이 얼굴보다 네 얼굴이 더 좋았다고!”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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