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란히 걷는 삶
승려, 질병과 함께 걷다 _이은영
1. 승려답게 살다가, 승려답게 떠나다
2. 불교 선원(禪院의 간병
3. 선승(禪僧의 투병
4. 나다운 투병, 나다울 수 있게 도와주는 간병
한 줄씩 써 내려간 질병과의 오랜 여정 _박성호
1. 질병을 끌어안은 삶이란 무엇일까
2. 15년을 함께한, 그리고 15년을 함께할 질병
3. 결핵이라는 이름의 병마(病魔, 혹은 훈장(勳章
4. 병든 개인, 병들 수 없는 가장, 병을 돌봐야 하는 아버지
5. 끝내지 못한 한 줄의 여정
제국주의와 질병 연구의 부정한 동행 _정세권
1. 리처드 스트롱의 열대의학
2. 식민지와 열대질병 그리고 백신
3. 1906년 백신실험
4. 식민지 정치학
2부 치료에서 돌봄으로
같은 듯 다른 의료기술의 역사 _정세권
1. 드림렌즈를 아십니까?
2. 1950년대 이후 도입된 콘택트렌즈
3. 수술적 요법의 시력교정 - 라식
4. 드림렌즈의 도입과 정착
5. 시력교정기술은 계속 바뀐다
환자, 자신의 아픔을 말하다 _박성호
1. 의료에서 돌봄으로, ‘대화’의 가능성
2. 내몰린 사람들의 안식처 - 종교와 대화
3.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었던 남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여자
4. 대화를 통한 마음 돌봄 - 섭심(攝心, 그리고 의료
내 이웃의 건강은 안녕한가요 _이은영
1. 이주민 - 이방인 혹은 이웃
2. 이주민의 질병과 의료 접근성
3. 그들은 왜 무료 진료소를 찾는가? - 이주민 무료 진료소 현장
4. 이주민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문학의 역할
참고문헌 / 집필자 소개
인간의 삶은 흔히 ‘생-로-병-사’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이 가운데 생과 로, 그리고 사는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과정으로 치부되는 반면, ‘병(病’의 경우는 바라는 바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하며, 불운과 불행이 아니라면 결단코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이 평생 최소한 한두 차례의 질병에 걸리게 마련이고, 죽음에 이르는 최후의 순간도 결국은 자연스러운 ‘노-사’보다 ‘병-사’인 것이 더 흔한 사례이다. 따라서 ‘무병장수’가 인간의 본래의 삶의 행태이기보다는 ‘유병-단명’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확한 현실 인식이라고 할 것이다.
질병의 역사만큼 오래된 의학 발달의 역사는 인류-인간을 괴롭혀 오고 숱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수많은 질병을 퇴치하고 극복해 온 역사이다. 그러나 오래된 질병이 극복되는 속도만큼이나 새로운 질병이 발견되고, 또 의학의 발달 덕분에 수명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커진 것을 감안하면, 인류가 막연하게나마 기대하고 있는 질병의 완전한 정복은 요원한 일일 뿐 아니라, 결코 도래하지 않을 사태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과 배경 위에서 최근 들어서는 무병장수 대신 유병장수를 말하고, ‘인생은 결국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라는 관념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질병이나 죽음을 멀리하고 늦추는 것을 게을리 하지는 않되, 그것이 닥쳐왔을 때는 또 그대로 그것을 직시하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것, 질병까지도 포함하는 나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 모든 것이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나아가 나의 나 됨은 그것을 포함하며 또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삶의 태도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질병의 유발은 물론이고, 치유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은, 이만큼 의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은, 그때의 질병이나 고통은 생이나 노-사만큼이나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나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