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위안을 주는 작은 보석 같은 책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잘되어간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보기 좋게 거꾸러지는 날,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해봤지만 시도할수록 박살나는 날,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웠던 내가 초라하고 보기 싫어서 구멍을 파고 숨고 싶어지는 날 말이다. 물론 지나고 보면 대부분 견딜 만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단단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좌절은 가능한 한 겪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 소문 들었어?』 『이 세상 최고의 딸기』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인 하야시 기린이 글을 쓰고, 동물을 깜찍하게 그리는 아즈마 히사요가 그림을 맡은 그림 에세이 『오늘은 망한 것 같아요』가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인 하야시 기린은 본인 경험을 토대로 좌절을 겪은 날에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탄산수 거품처럼 톡톡 튀는 글로 독자들과 공유한다.
오늘은 망한 것 같지만, 내일은 괜찮을 거예요
일하다가 실수해서 좌절에 빠진 날,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하야시 기린은 감각적인 글로 평소와 달리 먹구름이 잔뜩 낀 그날의 심정을 묘사한다. 좋을 때 보는 달은 ‘나를 비추는 보얀 불빛’이었는데 ‘납작 찌그러진 호떡’이 되고, 빗소리는 ‘볼쇼이 발레단에게 보내는 박수 소리’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의 행진’으로 변하고 만다. 힘들 때는 그 어떤 아름다운 것도 부정적으로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오늘은 망한 것 같아요』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이기만 하는 날이 결국엔 지나가는 날 중에 하나임을,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는 그것을 훌훌 털어버릴 만한 힘이 있음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살아가다 보면 힘든 일이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들여다보면 좋은 일도 너무도 많다. 『오늘은 망한 것 같아요』는 서럽게 울고 싶은 때가 있으면 마음껏 울되, 그래도 방긋 웃을 때가 다시 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긍정 에너지로 가득한 책이다. 하루의 무게가 조금 버겁게 느껴질 때 그 무게를 조금 줄여줄, 사랑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