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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즐거운 남의 집 : 전월세의 기쁨과 슬픔
저자 이윤석, 김정민
출판사
출판일 2024-02-20
정가 16,800원
ISBN 97911306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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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솔직하게 만들어가는 집
여지의 여지
정 붙이고 녹 붙이고
체리 지옥 화이트 천국
집은 ing
‘좋은 취향’이라는 게 있나요?
가성빌라
내 집이 싫다

2장. 나의 셋방 일지
뿌연 세로줄 창
혼자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
나의 계획 못 세워지기
집 밖으로 삐져나온 것들
직방, 다방, 방방방
나에겐 너무 바쁜 집
무너지는 중입니다
안행복주택

3장. 일상의 발명가들
주름 다리기
식탁테리어
죽이게 예쁜 화분
집 안의 작은 동물
캣타워, 별자리방, 실험실
욕조를 찾아서
호텔에 살아볼까 돈이 없어도

4장. 우리를 담을 집
혼자는 아니지만 둘도 아닌
어차피로 만든 세상
네 다리 쭉 펴고
벽돌로 쌓은 집과 지푸라기로 엮은 집
거름망으로 거를 수 없어요
오늘의 집과 내일의 집

에필로그
★ 소설가 장강명, 건축큐레이터 정다영 추천!★

내가 산 집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사는 집
감히, 빌린 집도 내 집이라 선언한다!

‘민달팽이 세대’. 주택가격 급등으로 청년들이 주택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껍데기 집이 없는 민달팽이에 빗대어 칭하는 말이다. 민달팽이는 집이 없으므로 속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사방에 도사리는 위험으로부터 피할 곳이 없다. 점액질 같은 희미한 흔적을 남기면서 항상 어디론가 바삐 이동한다. 오래 머물 안식처 없이 이곳저곳 흔적만 남기고 떠도는 청년 세대의 처지를 대변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19~34세 인구 중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의 비율은 86.8%(출처: 국토교통부 「2022년도 주거실태조사」. 웬만해선 평생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려울지 모르고 아마 그중 상당수는 ‘하려고 들지도’ 않을 것이다.

회사의 어떤 중년 남성과 나눴던 대화가 기억난다. 그는 나에게 결혼은 했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물었다. 회사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대답하니 그는 “윤석 씨는 숙소에서 자취하니 밥도 잘 못 챙겨 먹겠네”라고 말했다. 우리 집을 왜 숙소라고 말하지? 분명 내가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오래 있을 만한 곳도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집도 아니고 오래 있을 만한 곳도 아닌 숙소에서 밥까지 지어 먹는다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구나. 애초에 결혼도 안 했으니 밥 차려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갑자기 나는 모든 방면에서 미성숙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_본문 중에서

청년들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착실히 모아 마련할 수 있는 보증금의 크기는 빤하고, 사회가 상상하는 청년의 삶의 크기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청년들이 거하는 곳은 ‘온전한 집’이 아닌 빨리 벗어나야 할 과도기적 공간, 아파트를 사기 전까지 잠시 머무는 곳, 그러니까 탈출해야 할 임시 숙소라 여겨진다.
그러나 월세 아니면 전세라는 형태의 빌린 집에 살면서도 이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