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감응의 회화, 정교함과 뭉개짐―이상남 작품에 대한 단상 011
1 도상과 형상 사이에서 012
2 원, 선, 점 020
3 노란 원과 다각형 028
4 힘의 포착, 힘의 감응 036
5 감응의 회화 042
6 그린다는 행위와 회화의 복권 048
7 그림 제작 과정과 특이성들 060
8 그리는 노동을 통한 힘의 감응 070
9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그림 080
10 매끄러움 086
11 두께 096
12 층 104
13 편집 혹은 편집증 112
14 풍경의 알고리듬 118
15 세 개의 달 〈Light+Right(Three Moons〉 130
16 정교함과 뭉개짐 140
2부 대담: 말이 되지 않는 걸 말이 되게 하라 153
1 수십 권의 드로잉북, 나는 매일 일기 쓰듯 드로잉한다 154
2 Long Journey, 나는 내 작품에서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낸다 172
3 편집, 미술에서 모든 형식적 실험은 20 세기에 끝났다 224
연보 252
참고 문헌 257
“삶과 예술을 얘기할 때 혁명이나 투쟁보다도,
나는 ‘넌지시’라는 말이 멋있더라고요.”
시인 채호기가 감응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혹은 문학과 회화의 만남. 두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어왔음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미지를 미학이라는 지도로 그려나가는 두 작가가 만났다. 시인 채호기가 ‘감응’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이다. 1부에서는 시인 채호기가 집요하게 추적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2부에서는 ‘녹슬지 않는’ 두 예술가의 생생한 대담을 실었다.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이상남 작품의 절묘한 표면을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 하는 무수한 층을 포착해낸다. 이상남 작품세계의 모든 것, 혹은 ‘그 너머’라 하겠다.
‘새로운 유형의 기하추상’을 창안했다고 평가받는 이상남 작가의 무대는 그야말로 전 세계다. 뉴욕의 엘가 위머 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열자마자 뉴욕타임스와 『아트 인 아메리카』가 그의 전시에 주목해 비평을 실었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스위스…… 말 그대로 지상 곳곳으로 그의 이름이 뻗어나갔다. 그림이라는 완고한 틀을 넘어 공간 그 자체와 감응하는 ‘설치적 회화’까지 그 가능성을 확장해온 그의 작품은 폴란드 포즈난 신공항, 주일 한국대사관 등에 영구 소장된 대형 설치 작업으로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만큼 그 이름을 자주 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1981년 뉴욕으로 이주해 “최전선에서 총 들고 싸우는 척후병”처럼 치열한 시기를 보냈다. “절벽에 올라선 절박함으로 선을 긋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드로잉을 했다. 도미 이후 다시 한국에서 전시를 연 것이 16년 만이었다. 그사이 국내보다도 국제적으로 큰 호응을 받았고 넓은 활동 무대를 누비는 그의 작업 또한 쉴 틈 없이 바빠졌다.
그런 이상남 작가를 일찍이 주목해 집요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