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만져질 듯 생생한 고통과 쓰라린 후회
아무리 지워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나의 일상에 메아리치는 우리의 과거
『역사정정사무소』에 수록된 7편의 작품의 화자는 주로 자신이나 가족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거나 과거의 상실과 트라우마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젊은 흑인 여성으로, 이들의 슬픔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하게 역사와 맞닿아 있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생의 순간들에도 사회와 역사의 요소들은 갑작스레 소환되어 끈질기게 이들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한다.
첫번째 단편 「오래오래 행복하게」의 주인공 리사는 타이태닉호를 테마로 소규모 박물관을 운영하며 대개 파티 장소로 사용되는 선박 모양 건물에서 일하는데, 주로 기념품점에서 근무하고 상갑판에서 열리는 아이들의 공주 파티는 한 번도 담당한 적이 없다. 흑인인 리사가 공주로 등장해 “타이태닉호에서 티 파티를 즐기는 여섯 살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그릇된 개념을 갖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난소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리사의 삶에는 그 상실만큼이나 병원과 약국에서 “진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들여야 했던 노력, “흑인 여성에게 굳이 써보지 않는 어떤 약”을 얻어내기 위해 애써 내보여야 했던 태도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앨커트래즈」주인공의 엄마는 과거 앨커트래즈 감옥에서 억울하게 복역한 조부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이십 년의 세월을 바쳤다. 엄마가 더는 싸울 상대가 남지 않을 때까지 모든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가며 “거짓을 바로잡는 일”에 매달린 이유는 엄마를 길러준 조부가 엄마가 집을 떠난 후 스스로 세상을 저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인생을 구원하기 위해 내린 그 결정으로 인해 스스로를 절대 용서하지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런 엄마로부터 도피하듯 집을 떠난 주인공은 애초에 모든 상처를 초래한 바로 그곳,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앨커트래즈로 조부의 또다른 손녀이자 엄마의 사촌인 낸시의 가족을 초대해 가족의 뿌리 깊은 상처에 어떤 종결을 맞이하고자 한다.
표제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