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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 15소녀 표류기 2
저자 최현숙
출판사 이매진
출판일 2014-12-12
정가 16,500원
ISBN 97911553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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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삶이라는 바다를 표류해온 ‘웃는 여자들’
머리말 가난은 가장 온당한 존재의 방식이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 장기태
“사람은 겉을 봐도 신은 마음을 보는 거여” · 이기순
“도대체 내가 멀 잘못했냐구!” · 이윤숙
여자들의 일생 ― 상처 입은 치유자들이 이야기하는 노동 연대기

장기태는 1941년생이다. 경기도 안성군에서 천석꾼 담양 장씨 가문의 너른 품 아래 보낸 유복한 성장기는 스무 살을 넘기며 끝이 나고, 집안의 따듯한 보호 아래 일본 연수까지 다녀와 복장학원 강사로 시작해 전문직 여성으로 살려던 꿈은 남자 잘못 만난 탓에 어이없이 깨지고 만다. 가정 파괴범이자 ‘사생아’의 엄마라는 사회의 낙인을 당당히 거부하지만 운명의 대물림을 안타까워하는 모성의 힘에 기대어 힘겨운 여자의 일생을 살아낸다. 유부남에게 속아 ‘미혼모’가 된 장기태는 무자격 약사로 시작해 뜨개질, 하루 3000원 벌이 행상, 간호보조원, 일당 3000원짜리 ‘오지노깡’(하수도 토관 공장, 월급 6만 원 받은 ‘일성양은공장’, 간호보조원, 신문 배달, 다방, 구멍가게, 간병을 거쳐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생아, 가정 파괴범, 신여성, 육색칠색 잡년, 밥도 못하는 여자, 자유,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순결, 욕망, 여자의 일생, 선택, 책임이라는 단어들이 장기태의 삶을 관통하는 갈등과 경합의 의미망을 형성한다.

1946년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사남 사녀의 장녀로 태어난 이기순의 삶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맏딸이자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무학의 여편네’가 신 내림을 거쳐 자기와 이웃을 구하는 무속인이 되는 한 편의 드라마다. 학교 문턱만 밟은 살림 밑천 큰딸은 신내림굿을 한 친정어머니의 운명을 대물림한다. 속아서 한 결혼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가정 폭력과 고부 갈등을 거치며 어그러지고, 한때 자살도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상경해 과일 행상과 시장 좌판을 하고 포장마차를 열어 살림을 꾸렸다. 신기가 드러난 뒤 입산과 기도 생활을 거쳐 신내림을 받고 법당을 열어 작두를 탔다. 지금도 요양 일을 하며 가끔 기도를 드린다. 요양 일이나 신 일이나 따지고 보면 세상 아픔을 보듬는 ‘어머니다움’이다. ‘부처님 마음’이고 ‘신령님 마음’이고 ‘하느님 마음’이고 다 같다는 이기순에게, 신들림은 해방의 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