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야기가 품은 씨앗들
1장 이야기를 시작해줄게
너, 책 써봤냐?
엄마와 나는 서로 목을 조르고 있었다
자꾸만 질문하게 만드는 사람들
2장 지금 여기, 박순애
박순애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답이 아니라 대답이 듣고 싶었다
세상에! 저기 위에 뻘건색이 있는 거야
이상희, 나 박순애를 기다리다 죽은 사람
3장 내가 그리워하던 조국이 이거냐, 저질이네
한국에 내리니까 너무나 살벌해
광주 교도소, 자유가 없다 뿐이지 인간적이고 재밌어
박순에에게 국가란 무엇이었을까
4장 교도소 나와서 막막했어
가난한 사람의 영리함에 관하여
모른다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인간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며 살아낸 가난한 몸과 시간들
5장 우리같이 억울하게 산 사람이 덮어쓴 죄
박순애의 무죄 판결 간절한 시도
법의 판결보다 중요한 여섯 사람의 말
박순애, 대화
6장 하하하, 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버텨, 버텨야 해
들으면 써야 해
에필로그 집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울면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집에서도 살지 못하고 나라에 버림받은 90대 박순애
가족 안의 폭력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 20대 김혜미
두 여자가 주고받는 집과 가족과 사랑 이야기
박순애, ‘역사 때문에 희생한’ 조작 간첩 피해 생존자 이야기
박순애는 조작 간첩 피해 생존자다. 군사 독재 정부는 정권의 안위를 위해 간첩을 조작한다. 조작 간첩은 많지만 끝까지 무죄를 이끌어낸 사람은 흔치 않다. 아흔 살 박순애는 저장 강박증이 있고 밥 먹은 뒤 한 움큼의 약을 삼키는 평범하디 평범한 할머니이지만, 스무 살 박순애는 법학과에 다니는 희귀하디 희귀한 엘리트 신여성이다. 그런 박순애도 딴살림 차린 아버지,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 오빠들의 결혼을 겪으면서 날품팔이 신세로 전락한다. 축첩 제도나 장자 상속 등 여성에게 불리한 봉건 사회의 잔재나 한국전쟁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둔 탓이다. 1969년, 박순애는 또 다른 가족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지만 또다시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불법 체류자 신세가 돼 자유를 빼앗긴다. 그래도 조국이 낫지 싶어 돌아온 한국에서 ‘조총련’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간첩으로 조작돼 1977년 10월부터 12년 3개월 동안 감옥에 갇힌다. 한국에도 집이 없고 일본에도 가족이 없는 박순애는 국가 폭력과 개인적 불행에 굴하지 않는다. 여든 살 박순애는 재심에 재심을 거듭 요구해 마침내 무죄를 이끌어내고, 아흔 살 박순애는 자기 삶을 온전히 기록할 사람을 찾는다.
기록, 지금 여기에서 돌아보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김혜미는 조작 간첩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 ‘지금여기에’에서 박순애 구술 작업을 맡는다. 서울과 광주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녹음하고 입력하고 글을 쓴다. 전화도 자주 한다. 7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데다가 지나온 역사와 살아온 경험이 전혀 달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쏟아지는 통에 괴로운 김혜미는 그래도 박순애를 기록하려 애쓴다. ‘역사 때문에 희생한’ 조작 간첩 피해 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