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끈질기게 탈출구를 찾아 끝내 회복하고 마는
1.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중학교 2학년 어느 여름밤|그때는 성폭력이라 말할 수 없었다|가난, 성차별, 폭력이라는 배경|끊임없이 자책하는 시간|존중받은 적 없어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두려운 질문들
2. 증상들 ― 멀쩡한 척하지만 멀쩡하지 않은
실어증|일상 상실|자살 충동|사라진 의욕과 세상을 향한 관심|힘들어할 자격|누구라도 눈치 좀 채
3. 폭로 ― 끝나지 않는 고통
10년 만에, 언니에게 처음 고백했다|15년 만에, 가해자 보호에 바쁜 엄마|폭로한 뒤, 가족을 모두 잃은 듯했다|성폭력 피해가 고통스러운 이유|죽음으로 내몰고 붙든 엄마라는 질긴 인연|뻔뻔하게 잘만 사는 가해자
4. 심리 상담 ― 상처를 직면하다
30대 후반, 다시 심리 상담을 시작하다|결혼보다 설레는 이혼|전문가가 아니어도 치유하는 사람|변화를 위한 준비물|상처를 직면하기|여성주의 심리 상담을 만나다|엄마를 연민하면서도|분노의 씨앗|성폭력 전 이미 비참한 아이|죽여도 모자라는 분노|엄마가 왜곡한 자아상들|유기 불안
5. 연애와 결혼 ― 누가 나를 구원해줘요
정서적 허기를 채우려 한 연애|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결혼한 뒤 남편도 나도 달라졌다|나를 구원하는 사람은 나
6. 꿈 작업 ― 꿈이 이끈 치유
괴로운 밤과 꿈이라는 돌파구|플래시백을 치유해준 꿈 작업|폭발하는 꿈과 꿈 일기|내 안의 남성성을 만나다|내 안의 남자아이에게|나를 보는 새로운 눈
7. 변화 ― 미투할 용기
호기심, 그리고 벗어남|변한 건 나 하나|법률 상담|법은 가해자 편|엄마, 미투하고 싶어|가족에게 남은 기대|25년 만에 가해자가 한 사과|가해자를 만나 사과를 받은 뒤|용서하지 않아도 된다|감정은 가장 중요한 진실
8. 글쓰기 ― 어디까지 써야 할까
두려움에 지지 않고 쓰기|여섯 살, 너무 어릴 때 성추행|성인, 직장 성폭행|또 다른 치유 과정|남은 숙제|가장 우아한 복수
9. 치유를 유지
“잘했지, 그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기를”
부모 뽑기에서 꽝을 받은 불행한 나
내가 나를 망가트릴 듯 아슬아슬한 일상에 지친 너
마흔 살의 내가 열네 살의 나에게
내 편을 밖에서 찾아 헤매다 지친 너에게
말하고 싶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혐오와 폭력이 준 상처를 기어코 치유하려는 우리들에게
폭력과 혐오에 맞서 살아남은 40년,
한 여자의 성폭력 연대기
어제도 오늘도 여성들은 성폭력으로 목숨을 잃는다. 성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폭력 때문에 죽고 다칠지 모른다는 공포를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라면 누구나 느낀다. 심이경은 가난해도 꿈 많은 열네 살 여자아이였다. 모두 깊이 잠든 밤, 오빠 성추행을 반복해 겪었다. 꿈을 잃고 무기력과 자살 충동 같은 여러 불안 증상을 겪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안전하지 못했다. 대학에 가면서 폭력의 온상인 집을 벗어났지만, 이 사회는 더 집요하고 악랄한 폭력으로 가득했다. 폭력과 혐오를 방치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성폭력 사회에서, 마흔이 될 때까지 홀로 고통과 슬픔을 견뎠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열네 살 나에게, 지금도 고통받는 또 다른 나에게, 내가 받지 못한 도움을 건네고 위로를 전하려 한다. 너는 치유될 수 있고, 안전할 수 있고, 세상에 존재해도 된다고.
꿈 작업, 글쓰기, 여성주의 심리 상담까지
성폭력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 발버둥 친 20년 치유의 여정
심이경은 이제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하고 치유했다고 말한다. 사건 이후의 삶, 치유의 과정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덕분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먼 길을 돌아야 했다. 가해자 탓만 하면서 원망하기보다는 구조적 이유를 먼저 돌아봤다.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아들인 오빠만 편들던 엄마, 어린 시절 집을 나가서 유기 공포를 심어준 아빠, 엄마 혼자 감당하느라 피할 수 없던 가난 등, ‘해로운 가정환경’에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 사실을 발견했다.
가정을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