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한 사람의 생애가 가진 힘
여자는 글 배우믄 여수가 된다 ― 첫째 날, 7월 3일 토요일
참으로 아름다우시네요 ― 둘째 날, 7월 17일 토요일 오후 세 시
미워서, 미워서 안 만나 ― 셋째 날, 7월 31일 토요일
어무니, 나 효부상 받았슈 ― 넷째 날, 8월 14일 토요일
난 안 갈라기여. 당신 혼자 가 ― 다섯째 날, 8월 21일 토요일
짧은 인연으루 이런 괴로움을 ― 여섯째 날, 8월 22일 일요일 오전
하늘 천 따 지 ― 여섯째 날, 8월 22일 일요일 오후
에필로그|탄생에서 죽음까지, 세 여자의 사랑
“우리들의 삶을 사랑으로 설명하면 충분할까?”
한때는 정말로 사랑하던 가족들
전쟁 같은 삶이 남긴 폐허 위에서 되묻는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한 인간의 삶에 관련된 사회의 책임을
세 여자, 사랑을 이야기하다 ― 가족 돌봄 공동체를 둘러싼 욕망의 지형도와 붕괴의 연대기
어느 가족이 있다. 가부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여자들의 그림자 노동으로 지탱되던 돌봄 공동체는 붕괴한다. 이 붕괴한 가족의 잔해 속에서 성장한 1998년생 김나은은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다. 열 살 먹은 고양이하고 살면서 새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역아동센터 교사와 장애인 활동 지원사로 일하면서 좋은 돌봄을 고민한다. 내가 세상에 존재해도 될까 고민하던 나은은 어느 날 혼자 사는 ‘프로 돌봄러’ 할머니를 인터뷰하기로 한다. 80대 할머니 인터뷰는 곧 이야기 듣기로 바뀐다.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이기적인 욕망은 새로운 사랑의 출발이 될 수 있을까?
스물여섯부터 일흔아홉, 53년 24시간, 열여덟 명을 돌본 여자 ― ‘프로 돌봄러’ 임순의 사랑
중매 서는 사람이 한 실수 덕분에 사랑도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한 임순은 평생 무급 돌봄 노동을 한 80대 할머니다. 치매까지 닮은 시어머니와 남편 달웅,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도망간 조카들, 맞벌이하느라 맡긴 손녀들까지 모두 열여덟 명이 53년 동안 24시간 멈추지 않은 ‘프로 돌봄러’의 돌봄 노동에 기대어 살아갔다. 글도 모르고 기술도 없는 임순은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며 평생 돌봄의 굴레에 갇힌 고통을 풀었다. ‘여자가 글 배우면 여우가 된다’며 배울 기회를 뺏긴 탓이었다. 이혼 뒤에도 서로 증오하는 며느리, 가까이 혼자 살면서도 어머니를 찾지 않는 아들, 도무지 결혼 생각 없는 손녀들은 임순을 돌보지 않는다. 효부상 트로피만 덩그러니 임순이 사는 시골 아파트를 채울 뿐이다.
진짜 사랑 찾아 가족을 떠난 여자 ― 시급 며느리 도희의 사랑
못 배워 한 맺힌 임순에게 대학 공부까지 한 며느리 도희는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