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불안을 꺼내 보일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 불안은 작아지고 호기심은 커져요
누구에게나 불안한 순간은 찾아옵니다. 아늑한 울타리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불안한 순간은 있기 마련이죠. 그럴 때 불안함을 무시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믿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불안도 내가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마르틴은 불안이 느껴질 때마다 엄마에게 질문을 합니다. 사소한 질문부터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들까지 마르틴이 가늠할 수 있는 상상력의 크기만큼 질문의 범주도 다양하지요. 처음 질문은 언제나 사소합니다. “만약에요, 제 머리 위에 솔방울이 떨어지면 어떡해요?” 엄마는 마르틴의 질문에 눈높이를 맞춰 상상의 대답을 펼쳐 보입니다. “다람쥐들이 내려와서 네 머리에 도토리 연고를 발라 줄 거야.” 마르틴의 질문은 점차 넓은 세상을 상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만약에요, 고래가 나를 삼키면 어떡해요?” “고래의 배 속에는 커다란 도시가 있을 거야. (... 제페토를 찾고 있는 피노키오를 만날 수도 있단다.”
엄마는 마르틴의 질문이 향하는 방향에 발맞춰 상상의 답변을 들려줍니다. 마르틴의 상상에서 일어날 법한 불안한 일도 엄마의 답변에서는 모험이 되어 있습니다. 마르틴은 엄마의 답변을 토대로 다음 질문을 이어 갑니다. “만약에요, 고래가 숨구멍에서 물을 뿜어서 저를 바다 위로 튀어 오르게 하면요?” “거대한 앨버트로스가 너를 잡아서 (... 검은 깃발이 달린 배까지 데려다줄 거란다. 너는 그곳에서 유명한 해적단을 만나게 될 거야.”
마르틴의 불안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는 마르틴이 느끼는 불안의 양면을 모두 알고 있는 지혜로운 보호자입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걱정이라도 마르틴의 감정을 존중하지요. 또한 함께 상상의 세계에 풍덩 빠질 수 있는 편안한 놀이 친구이기도 합니다. 마르틴은 단단한 관계가 쌓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