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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악의 회고록 - 네오픽션 ON시리즈 19
저자 김연진
출판사 네오픽션
출판일 2024-02-20
정가 16,800원
ISBN 97911574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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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악의 탄생
악의 발달

Chapter. 2
악의 담론
선의 담론

Chapter. 3
악의 기쁨
악의 씨앗

Chapter. 4
세 번의 대화
두 가지 진실

Chapter. 5
대화록
회고록
악의 5문답
부록

작가의 말
최초의 악인, 말루스의 고해

인탈리엔은 “개인의 의견이 아닌 하나의 공통된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위대한 정신’을 가진 자들이 이뤄낸 순결한 땅이었다. 여덟 살의 말루스가 태초의 ‘악’을 자각하기 전까지는……. 어린 말루스에게 인탈리엔인들은 무기질적인, 살아 있지 않은 기계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행복을 바라며 개인의 삶에 주체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루스가 처음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던 때는 한 친구의 윤기 나는 ‘펜’을 몰래 가져오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 순간이다. 말루스는 “누군가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 할 수 있”는 ‘거짓말’을 알게 되었고, “나를 속이는 거짓말”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남을 속이는 일만 남았던 말루스는 “다 너를 위한 일이야”라고 말하며 제 욕망이 욕구로 변하는 순간마다 남의 마음을 좌우하기 시작했다. ‘위하는 일’이라니, 착한 인탈리엔인들에겐 더없이 뿌듯하고 벅찼을 말이었을 터다.

말루스는 자꾸만 ‘위대한 정신’에 반하는 ‘어긋난 마음’의 근원을 찾고자 했으나, 인탈리엔의 현명한 노인조차도 정답을 알지 못했다. 당시의 말루스는 왠지 모르게 자신이 이방인이 된 듯한 그 허전하고 쓸쓸한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도 몰랐다. 눈물이란 기쁠 때에 흘리는 것이라 여겨온 인탈리엔에 ‘외로움’이나 ‘고독함’, ‘슬픔’ 같은 감정이 존재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홀로 고통 속에 갇혀 타닥타닥, 고요하게 타오르는 불길에만 기댈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속에서 꿈틀대던 무언가가 절규하는 ‘비명’으로 발화되고, 수다스러운 인탈리엔인들과 다르게 고요하면서도 거대하게 솟아오르는 ‘불’을 지르는 것으로 행위되어 이윽고 ‘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 때, 인탈리엔 최초로 ‘악인’이 탄생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악’에 대한 갈망과 탐구에 빠져든 말루스의 눈에 띈, “불행히도 그의 악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작은 소년이 있었으니” 바로 에스투스다. 말루스는 에스투스에게 악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