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자랑 안톤 체호프
웃음과 사유가 어우러진 불멸의 명작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해준다.> ― 수전 손태그
안톤 체호프의 대표 희곡과 숨은 명작 단편소설을 엮은 선집 『아내·세 자매』가 러시아 문학 교수 오종우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체호프는 19세기 러시아 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인류의 예술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작품을 남긴 불멸의 거장이다. 장편소설이 주를 이루던 러시아 문학계에서 단편소설을 독자적인 지위로 끌어올렸으며 현대 연극의 새 장을 열어젖힌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상의 사소한 면면에 주목하는 그의 작품은 누구나 읽기 쉽고 뭉클한 감동과 웃음을 주는 동시에, 삶의 고달픔과 수수께끼를 묵직하게 품고 있으며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중기 단편소설 「아내」는 러시아 대기근 시기에 농민 구제 사업을 펼치려는 주인공을 내세워 어떻게 사람답게 살 것인가를 질문한다. 중요한 작품임에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단편소설이 이번 열린책들판을 통해 소개되어 반가움을 더한다. 「세 자매」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로, 이상을 꿈꾸지만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삶을 그저 인내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십 년간 체호프를 파고든 연구자가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러시아어 원전을 충실히 옮겼으며 한국어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대답은 할 수 있어도 정답이 없는 질문
숨은 명작 단편소설 「아내」
나는 아내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모른다. ― 85면
「아내」는 대기근과 역병이 러시아를 휩쓴 1890년대 초를 배경으로 농민 구제 사업을 펼치려는 지식인 파벨 안드레예비치와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겪는 부부간의 갈등을 따라가며 어떻게 사람답게 살 것인지를 묻는다. 파벨 안드레예비치는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자 시골 영지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지만 늘 마음이 불편하다. 굶주리고 병든 지역 농민들 탓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