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 박문영의 강렬한 첫 소설집
작고 소중한 존재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놀라운 상상력과 특유의 따스함으로 평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SF어워드 중·단편소설(대상과 장편소설(우수상 부문 모두를 수상했을 뿐 아니라, 『주마등 임종 연구소』 등 다양한 작품을 부지런히 선보이며 작가적 세계를 확장해온 소설가 박문영이 소설집 『방 안의 호랑이』를 펴냈다. 등단 후 십여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발표해온 작품들을 묶어낸 첫 소설집이다. 열세편의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구성한 이번 소설집에는 언뜻 보잘것없고 작게만 느껴지는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박문영은 흐릿한 존재들의 이름을 다시 선명하게 새기고, 나아가 작은 존재들을 소외시키는 세계로부터 탈출해 조금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 역시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 스스로조차 소외시키고 마는 이 세계에서 탈출해,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괜찮”다(「무주지」고 말해주는 ‘박문영 월드’에 입장한 뒤에는 비로소 제대로 숨이 쉬어질 것이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이름들,
그 이름들에게 선물하는 아름답고 따스한 우주
『방 안의 호랑이』는 미미하고 희미하던 존재들에게 선명한 색을 입힌다. 표제작 「방 안의 호랑이」는 ‘작자 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해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스캐너로 그림을 읽어내면 홀로그램 빌더 위에 그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설은 유명 화가 뒤에 가려져 어두운 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의 모습을 복원해내며, 그가 지녔던 생생한 호랑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되찾아준다.
한편 「무주지」 속 ‘연음’과 ‘기정’은 무주지라는 일종의 지구의 대안공간에서 사는 클론이다. 무주지에서 클론은 ‘양육자’ 역할을 한다. 한두 사람이 아이를 키우는 데에서 무수히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한 인류는 자신들을 대신해 몇년간 돌아가며 아이를 양육할 클론을 생산했다. 클론은 양육뿐 아니라 각종 위험을 수반하는 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