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싱크대와 변기를 바라보는 원룸을 탈출할 수 있을까?
열심히 벌어 멀쩡한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부동산 SF!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2020년 신동엽문학상, 2021년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한 김유담의 신작 소설 《스페이스 M》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현실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긴 듯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청년과 여성, 노동자의 불안과 혼란을 비추어온 작가는 《스페이스 M》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을 배경으로 내 한 몸 누일 곳 없는 이들에게 “일터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밥을 지어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집’이라는 신기루를 보여준다.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톱스타로 거듭난 배우 ‘신지유’. 야무진 살림 솜씨, 친환경 제품만 고집하는 뚝심에 대중은 열광한다. 그런데 신지유가 출연한 예능에도, 브이로그에도 절대 등장하지 않는 한 사람, 가사도우미 ‘김연순’. 연순은 지유가 원하는 대로 집 안 곳곳을 광내고, 병에 스티커 자국이 조금도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떼어내고, 지유가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아침에 새집처럼 정리해놓는다. 연순은 상냥하고 시급도 잘 쳐주는 지유의 집에서 일하는 것이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한 노동이 지유의 것으로 여겨질 때마다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낀다.
그런 연순에겐 “인생은 신지유처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잘생긴 남자랑 즐기고 사는 삶!”이라며 부러워하는 딸 ‘임하나’가 있다. 하나는 연순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착하고 고마운 딸로, 오랜 꿈을 포기하고 연순이 원하는 대로 간호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가 다니던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가방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성수동으로 떠나고, 심지어 이젠 독립하겠다며 자취방까지 얻는다. 하나와 함께 돈을 모아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전셋집을 떠나 멀쩡한 집 한 채만 마련하고 싶었던 연순의 바람은 유예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