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친구는 이름이 뭐죠?”
벽을 넘는 자와 벽에 갇힌 자의 세상을 바꿔낼 우정
2021년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과 2022년 제9회 한국 SF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 작가의 신작 《논터널링》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논터널링》은 투명 인간 세상에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눈에 띄게 되어버린 존재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탐험하며 펼치는 이야기다.
‘초기원’이라 불리는 어느 시점, 모종의 사고로 인류는 멸종되고 행성엔 새로운 인류가 나타나 살아가기 시작했다. 터널링, 호모 누베스(구름 인간라 불리는 이 신인류는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는 투명 인간들이지만 멸종과 함께 많은 학문 연구의 맥이 끊어진 탓에 아직 행성 밖 우주로 나가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론 고고학자인 ‘이더’와 이론 고고학자이자 이더의 반려자인 ‘도이’는 우주에 나갔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고대 인류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들의 과학적 성과를 복원하고자 연구에 매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고대 인류의 양자역학 실험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사고에 휘말리고 마는데, 일주일 만에 병원에서 깨어난 이더는 주치의로부터 이제 더 이상 벽을 넘나들 수 없는 ‘논터널링’이 되었으며 고통스러운 에너지 주입 처치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도시 외곽 버려진 고대 유적을 재활용해 만든 시설에 살고 평균 수명이 터널링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특수한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터널링을 볼 수조차 없는 논터널링. 갑작스럽게 논터널링이 되어 도이에게 의지해 살아가던 이더 앞에 또 다른 논터널링 ‘지그’가 찾아온다. “잊지 않았죠? 내가 만든 좋은 곳에 초대할게요, 이더.”(56쪽 시설을 나와 논터널링만을 위한 마을을 만드는 데 성공한 지그는 이더에게 자신의 마을로 가자고 권한다. 겨우 도이를 설득해 함께 지그의 마을로 향하지만 이번엔 도이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데……. 이더와 지그의 우정은 터널링의 세상과 논터널링의 세상을 연결할 수 있을까.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