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고 말해야 하는 관계도 있으니까”
휘둘리지 않고 서로의 경계를 지키는 법
친하다는 것은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의미하는 걸까? 우리는 흔히 ‘가족 같은’ 사이, ‘끈끈한’ 관계라는 말로 인간관계에서 친근한 정도나 좁혀진 거리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사람 사이 모든 관계에는 바운더리, 즉 경계가 있고 서로의 경계를 얼마나 존중하고 지키느냐에 따라 관계 만족도가 높아지고 건강한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가령, 우리는 친구 사이니까 당연하다는 듯 팔짱을 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둘 중 한 명이 팔짱 끼기 같은 신체 접촉을 어색하고 다소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면? 당사자는 불편해도 친구에게 “No.”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상황이 반복되면 친구에게 불편함이나 서운함이 쌓일 수 있고 결국 오해나 말다툼 같은 트러블로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친근함’의 표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에 의하면, 실제로 사람마다 관계에서 바라는 친밀도가 다르고, 각자의 바운더리, 즉 경계가 존중되고 지켜지는지가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팀은 약 1,700명의 연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친밀감을 느끼지 못할 때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아무리 연인 사이라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가깝다고 느끼면 우울, 좌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또래 친구와의 관계, 남자 친구·여자 친구 사귀기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기에는 서로의 경계를 살피는 지혜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친구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의 세계와 경계를 지키며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베스트셀러 『나는 나를 돌봅니다』 저자
심리학자 박진영이 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