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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트램을 타고 - 문학과지성 시인선 596
저자 김이강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4-02-20
정가 12,000원
ISBN 978893204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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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우리의 뼈였던 것
나와 클레르의 오후
운하에 모이기
다르의 새벽
타이피스트
클레르의 빛
여름 잎사귀
해방촌 언덕
혜화동, 테라스 작업
우리의 뼈였던 것
낮잠
어느 가족
운하에 모이기
창경궁에 갔다
카즈미 없이
잘 알지도 못했지만

2부 서머타임
해수욕
평희에게 말했다
서머타임
벨파스트의 시청 앞
바흐 이덴
실측
산들바람처럼
서머타임 클레르
서머타임 클레르
휴가 계획
앵무새 피노키오 타자기 지중해
창덕궁에 갔다
아키타
정동, 테라스, 사건들
세리머니
우리가 남아서 걸어가면

3부 운하에 모이기
데이빗 안젤라 티리에
호숫가 호수 공원
보수공사
보수공사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버스 정류장
여름 정원
타일
계단이 있는 야외 테이블
깃털들
새로운 서막

해설
빛의 시제·조대한

어쩌면 이 세계에 기록되지 않았을 그들은 시인이 바라보는 오렌지빛 석양의 편린 속에서만, 끝나지 않는 빛의 계절에 잠시 생겨났다 사라지는 가상의 서머타임 속에서만, 오랜 관찰의 시선과 그보다 긴 행간의 침묵 속에서만, 유예된 망설임과 아름다운 예감의 문장 사이에서만 현현하는 존재인 듯싶기도 하다.
―조대한, 해설 「빛의 시제」에서

시간과 빛이 혼재된 ‘전미래’의 시공간
고요한 아름다움의 정동과 그 이면의 섬뜩함

유일했던 그 이름으로 그곳에 입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드리지 않아도 지금쯤 문은 열려 있을 것이다. 닫혀 있는 동안에만 그곳에 갈 수 있음을 그는 깨닫는다.
―「바흐 이덴」 부분

김이강의 시의 시적 화자는 트램을 타고 낯선 마을을 둘러보듯 시간을 우회해 세계를 통과한다. 창밖에 펼쳐진 정경의 밀도가 올라감에 따라 무의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소한 사건들은 시간의 틈을 벌리며 화자를 향해 손을 뻗친다.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뿐인 바깥세상의 세부가 일순간 양각과 음각을 드러내고 화자는 장면의 일부로 빨려 들어간다. 자신을 찾으러 온 친구들을 향한 “나아! 아직 더 갈 거야아!”란 외침(혹은 선언이 무색하게, 화자가 존재하는 시간은 이미 현실로부터 유리되어 “공들여 바라보니 모두 다른 애들 같기도 나무 같기도 공터 같기도” 한 기이한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스쳐 지난 시간에 머물며 트램 밖에 펼쳐진 풍경을 떠돌기 시작한 존재의 여정은 “좁고 긴 날들”(「다르의 새벽」을 지나 새로운 ‘기분’의 세계로 진입한다.

해방촌, 혜화동, 밀라노, 창경궁, 벨파스트, 프라하, 창덕궁, 아키타, 정동 등 드넓은 반경을 그리며 “꿈도 아니고 전생도 아닌 곳에서”(「클레르의 빛」 조우하는 수많은 존재들. 명, 클레르, 에릭, 남경, 세희, 카즈미, 평희, 카, 세리나, 폴 등 호명만으로도 실루엣이 선명해지는 그들은 시적 화자와 함께 걷거나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때로 화자를 밀어낸 채 장면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