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자 희곡집 『공공공공』에 실린 네 편의 희곡은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여러 차례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이 희곡들은 출구 없는 무대에 갇힌 인물을 통해 실종된 운명을 짊어진 삶과 인간 심연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자유로운 극 형식 속에 특유의 밝고 쾌활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간다. 「빗소리 몽환도」에 등장하는 도서관 청소원인 공상호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다가 책 속으로 들어가 줄리엣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책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어떤 비현실적인 여자와 남자의 현실적 문제에 자연스레 개입하게 된다. 시공간이 혼동되고 현실과 환상이 섞이면서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한편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감옥에 갇힌 무기수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공공공공」, 현재의 문제를 미래적 관점으로 그린 「복제인간 1001」,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이 거침없이 교차되는 SF 뮤지컬 「방랑밴드」도 눈길을 끈다.
주수자의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과 환상의 카오스 속에서 낯선 세계의 중심에 내던져진 자신의 고독과 대면하는 길로 들어선다. 자유롭고 신선한 상상의 세계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