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과 테러리즘의 모습으로 드러난 새로운 폭력,
세계의 파멸을 예고하는 새 시대의 묵시록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완성한다는 것
클라우제비츠는 18~19세기에 살았던 프로이센의 군인이자 전략가, 사상가다. 프랑스가 프랑스혁명을 치른 뒤 나폴레옹 전쟁이 유럽 전역을 휩쓸던 시대에 프로이센은 이에 맞서서 싸웠다. 클라우제비츠는 직접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하고 나폴레옹군의 포로가 되기도 했다. 30대 중반부터는 프로이센 육군사관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했다. 그때부터 전쟁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시작했지만 콜레라에 걸려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의 유고를 아내 마리 폰 클라우제비츠가 출판한 것이 『전쟁론』이다. 전쟁철학, 국제정치학, 군사학을 아우르며 전법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손자병법』과 함께 시대를 초월한 군사전략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르네 지라르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미완이라고 본다. 전쟁의 속성에 대한 중요한 직감을 클라우제비츠가 끝까지 관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극단으로 치닫기’라는 주장에서 돌아서면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는 주장으로 물러선 것을 말한다. 지라르는 그 이유를 ‘계몽주의 이성’ 때문이라고 본다. 지라르는 ‘모방적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교전국들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대규모 결투를 펼치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는 사실을 전하려고 한다. 이 책은 클라우제비츠가 얼핏 본 것을 르네 지라르가 집요하게 파고들어 오늘날 세계의 비극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대담집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전쟁,
쌍둥이들의 인정사정없는 결투
인류가 화해하지 못하고 아직도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을 계몽주의 이성으로는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 지라르는 ‘모방적 이성’으로 전쟁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동일성이 전쟁의 원인이다. 동일성 때문에 경쟁이 발생하고, 경쟁은 쟁점을 무화하면서 상대방을 이기는 것만 중시하게 한다. 전쟁은 “쌍둥이들의 인정사정없는 결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