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여우 이야기
누수소년
웨더 언더그라운드
새가 태어나는 올리브
마대의 예감
수변공원
연남동
새 이야기
죽음 연습
어둠 X
Why did the picture go to jail?
작은 세계
한 닫힌계와 그 밖의 슬픔들
어둠 증명
빛을 부수는
부존재 존재 증명
2부 양 머리가 있는 정물화
다시 시작하는 마음
물도 꿈도 아닌 흐린
바리온 음향 진동
나이트 프라이트(Night Fright
레진
구요
사양(飼養
슬픔이 물이 될 때
우리가 통 속의 새라면
물의 몸
빛과 양식
힐링 프로세스
카고컬트
밝은 곳에 거하기
너의 새를 부탁해
3부 Agnus dei
인간의 사랑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일
해(?
산책
카미유에 대하여, 혹은 카미유가 아닌 어떤 어둠에 대하여
키스
불가능한 얼굴
그래도 사랑하는 일을 다시 배우기
슬퍼함과 함께 살아가기
문 너머에서 소리 죽여 우는 소리가 들려올 때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일이라면
기적의 끝
동원되거나 영향을 준 것들
해설
「한 모금의 슬픔과 아름다움의 엔트로피」 임지훈
천국이 있다고 하자 새가 천국에서 당신을 기다린다고 하자
당신도 천국에 간다고 하자 당신은 새를 만나 미안하고 기뻐서 엉엉 운다
- 「새 이야기」 부분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 즉 죽음은 반드시 닥쳐올 미래의 사실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라고 하자”이므로 부러 미리 걱정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도, 설하한의 화자들은 상실이 안배할 슬픔을 당겨 느낀다.
그러나 세계는 원래 오류투성이라고
나는 쉽게 결론 내리곤 했다
죽은 동물이 놓인
접시 앞에서
단지 그럴 뿐이라고
- 「빛과 양식」 부분
설하한 시인의 상실로 인한 슬픔에 대한 예감이 특별한 까닭은, 시인이 벌어진 상실 혹은 벌어질 상실에 대해 시로 쓰고 있다는 점을 문면에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시집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새의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한 화자의 반응은 2부에서 단언처럼 제시되었다가 3부에 이르러서는 쓰기의 곤혹스러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불쑥불쑥 등장한다. 시인은 왜 슬픔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설하한 시인은 정답을 말하기보다 고투를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 듯하다. 우리가 살면서 갑자기 들이닥친 슬픔을 언어화할 때 느끼는 곤혹스러움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해설」에서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설하한 시인이 형상화한 슬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것을 단지 슬픔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슬픔이되, 반복되는 아름다움이며, 모든 것을 깨뜨리기 위해 쌓여가는 실패의 흔적이다.”
우리에게 슬픔을 느낄 능력이 여전히 남아 있기를 바라며, 설하한 시인과 함께 애도의 예감을 거닐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