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국사 책도 보여준 적이 없는 이런 중국 역사의 뚜렷한 흐름은 저자의 독자적인 시대구분론이라는 설계로 인해 그 파악이 용이해진다. 우리는 시험을 위해 ‘한수당송원명청’이라고 역대 중국 왕조의 순서를 외웠다. 그리고 ‘한·당 제국’이나 ‘당송팔대가’ 같은 용어들에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개념들에는 중국이라는 후한 말 삼국 시대부터 오대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중세의 대분열 시대가 누락되어 있다. 지금과 같은 ‘중화’라는 개념의 형성에 북방민족과의 투쟁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그것이 중국 전역에 얼마나 심대한 여파를 가져왔는지 책은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중국사의 흐름을 짚어내기 위해 잡다한 사실들을 배제하고 중국사의 핵심적 요소들을 집약해 보여준다. 갑골문을 비롯해 고대의 기록에 대해서는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들에 기반해 역사적 사실들을 추리해 나간다. 왕안석의 신법을 비롯해 당시 세계 최첨단의 문명을 자랑했던 송대 사회에 대해 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성리학에 기반한 대의명분론을 내세운 정치가들이 나라의 쇠퇴와 멸망을 자초했다고 질타한다. 천자 독재 체제에서 천자의 역할이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천자를 중심으로 한 정쟁이나 내조와 외조 세력의 대립 등도 풍부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소개된다. 경기의 변동에 따라 왕조의 흥망이 연출되고 치세와 난세를 지금의 개념으로 하면 호경기와 불경기로 파악하는 저자는 역사 변동의 핵심적인 요소들로 토지 제도, 법령, 행정, 소금 전매, 지방 호족과 사대부들의 정권으로부터의 이탈 경향 등의 변천도 비중 있게 다룬다. 왕조 교체의 패턴이 되풀이되는 과정을 서술하면서는 천자 독재 체제의 한계에 대한 탄식과 아쉬움이 짙게 묻어나기도 한다.
‘역사학은 단순한 사실의 집적이 아니고 사실의 논리의 체계여야 한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 책을 통해 개설서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썼다. 저자는 자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