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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안녕, 내 사랑! - 고래뱃속 창작동화 14
저자 윤성은
출판사 고래뱃속
출판일 2024-02-26
정가 12,000원
ISBN 979119313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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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돌봄이 이루는 몸

그런 나는 동물병원에 버려졌습니다. 버려진 나에게 ‘할미’가 천사처럼 날아들 때까지는요. ‘할미’는 아끼던 강아지 치치를 떠나보내고 텅 빈 가슴에, 꽉 찬 온기를 두 손에 쥐고서 나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두 손을 활짝 펼쳐 잊혀졌던 내 이름을 부르며 환하게 웃어 줬지요.
“구름아.”
한동안 불리지 않았던 이름이었습니다. 할미는 벌거벗은 나에게 옷을 지어 만들어 입혀 주고,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나와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함께’ 같은 것, ‘돌봄’ 같은 것, ‘사랑’ 같은 것··· 그와 같은 단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나는 할미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그와 같은 단어에선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모양인지, 어떤 온기를 지녔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와 모양과 온기를 피부로 느끼는 몸은 더 이상, 벌거벗은 몸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몸은 천천히, 나의 이름답게 다시 구름처럼 풍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할미는 나에게 늘 말하곤 했습니다.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

할머니는 곧장 내게로 다가왔고, 내 이름을 부르며 환히 웃었어._본문 24쪽

나는 당신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앵무새 구름이는 사람들의 말을 그림자처럼 따라 말합니다. 나쁜 말, 좋은 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의 모든 말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요. 하지만 비단 앵무새만이 그럴까요?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란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존재입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여과 없이 투명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아이들과 동물들이겠지요. 투명한 호수 같은 존재인 아이들은 말과 단어들을, 그 표면의 생김과 너머의 함의를 그대로 학습해 냅니다. ‘말’이 담겨 이루는 세상, ‘말’이 담아 이루는 세상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구름이가 주변으로부터 거울처럼 반영하고 제 몸처럼 여기는 말의 조각들을 통해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파괴력도,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