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난 뒤 대부분의 탈공산주의 국가는 경제적·민주적 체제 전환이라는 험난한 지형을 헤쳐 나가는 동시에 국가의 행정과 제도를 재건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신생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들에게 이는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물질적 자원도, 조직력도 불충분해 극도도 취약했던 이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찾아야만 했다.
경제적·민주적 개혁만으로는 국가 자원의 유용을 막을 수 없다
공산권 해체 이후 탈공산주의 국가는 다원주의적 정당 정치와 의회 제도가 작동하는 서구적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이 되었지만, 정당들은 새로운 정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선거에서 승리하고 공직에 진출하려면 안정적인 자금원과 조직력이 필요했지만,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정당들에게 그럴만한 역량이 있을 리 만무했다. 유권자의 지지는 불안정했고, 신생 민간기업은 여유 자금이 거의 없어 정당 지원에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후견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전략은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 이들은 다른 곳에서 물질적 자원의 원천을 빠르게 찾아야 했다.
시민사회와 내각의 역량이 부족한 탓에 갓 서구화된 국가에서 의회의 권한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의회 제도가 부여한 막강한 권한” 덕분에 정당은 국가 재건의 주체이자 정책을 결정하는 유일한 행위자가 되었고, 의회에 진출한 정당들은 국가 자산을 민영화하고 국가를 개혁하는 방식을 자기 뜻대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정치적·경제적 개혁을 표방하며 규제 제도의 수립을 지연시키거나 무력화했고, 이를 통해 아무런 감시나 통제 없이 민영화 과정에서 자금을 빼돌리고 비정규예산 기금과 국가 기관을 확대하면서 국가 자산을 직접적으로 유용해 정당 금고를 채웠다.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공산당이 국가를 더 이상 식민화하지 않으면” 국가가 보다 효율적이게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정당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