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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무렇게나, 쥐똥나무 - 시인의일요일시집 25
저자 박길숙
출판사 시인의 일요일
출판일 2024-02-28
정가 12,000원
ISBN 979119273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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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월요일이 어떨까 / 아무렇게나, 쥐똥나무 / 나의 우주선 / 저수지 / 빌린 정원
/ 브로콜리 숲으로 가요 / 밤의 재단사 / 장미와 나침반 / 지미니 크리켓
/ 모호로비치치의 연설문 / 자작나무와 유리병 / 방범창 / 상자들 / 가족사진

2부
송호리 / 월세 / 동창회 / 나도 선인장 / 봄 / 달 지는 소리 / 검정 블라우스를 입은 소녀
/ 무릎담요에서 떨어지는 바나나의 속도 / 개에게서 소년에게 / 저녁의 모든 걸음 / 별사탕
/ 적도에서 온 남자 / 맨홀 / 천사를 봤다고 말하는 순간 / 위험한 독서 / 없는 사과
/ 하우스 하우스 오 나의 하우스

3부
연꽃잎의 소매를 단 블라우스 / s오비탈 / 알비노 / 자연의 밤 / 접속조사 와 / 그 여자의 레시피
/ 사다리 타기 / 4월의 세드나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 흐르는 방 / 공중 재배 / Watchdog
/ 갑주어 / 거미와 뜨개질 / 동물원 / 골목의 사생활 / 손잡이가 없는 문 / 다정한 주먹들
/ 빨간 구두

해설
엘레바시옹(elevation의 발랄한 시적 고투 | 박대현(문학평론가
‘삶에 저항하는 예술’과
‘삶이 되려는 예술’ 사이를 횡단하는 시인

동일자적 사유는 모든 사물과 현상이 본질적으로 하나이며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강제한다. 파시즘은 이러한 동일자적 사유를 통해 국가와 민족을 하나의 유기체로 파악하고, 국가의 통일과 안정을 위해 모든 구성원의 복종과 희생을 요구한다. 역사적 파시즘은 종식되었으나, 동일자적 사유의 폭력은 파시즘의 뿌리로 여전히 이 세계에 잠복되어 있다. 동일자적 사유의 집단화는 개별자의 욕망을 집단화된 주체의 욕망을 승인하기 위한 거수기로 전락시킨다. 이 시집의 도처에는 개별성을 말살하는 동일자적 폭력에 대한 경계심이 포진하고 있다.

이 시집의 모던한 이미지들은 자본주의의 환등상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역으로 환등상에 미세한 균열을 낸다. 자본주의의 주술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주술을 내파하는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환등상을 내파하는 시인의 힘은 “상자에서 태어난 인형”, “피와 살이 없는 너는 마론 인형”, “바닥부터 알아채는 눈치 빠른 인형”(「상자들」과도 같은, 자본주의의 주술이 닿지 않은 원초적 과거의 기억에 뿌리내리고 있다. 시인은 과거의 원초적 이미지로써 현재(자본주의의 주술을 정지시키는 변증법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은 여전히 이 세계를 지배하는 동일자적 사유의 폭력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적 기획이다. “나에겐 걸어도 된다는 면허가”(「적도에서 온 남자」 요구하는 세계, “여자 얼굴을 익반죽하는”(「맨홀」 남근주의적 폭력이 자행되는 세계를 넘어 모든 개별자들이 “제목이 있는 블라우스를 입고/ 무릎이 나온 문장에 밑줄을”(「연꽃잎의 소매를 단 블라우스」 그을 수 있는 세계, “각자 주어에 밑줄을 긋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모호로비치치의 연설문」지는 세계를 소망한다. 그 세계는 “최소한 같은 곳을 보고 몸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세계, “담벼락을 넘어가는 능소화”(「가족사진」가 마주하는 세계다. 시인의 시는 “누수를 앓던 방”(「나의 우주선」을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