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법무부 심의관, 국제전범재판소 연구관 등을 지낸
만능 법조인 정재민, 대한민국 범죄를 본격 해부하다
정재민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3년을 공무원으로 살아왔지만 그 이력을 살펴보면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채롭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일하다가 돌연 판사직을 그만두고 방위사업청 팀장으로 전직했다. 한번 사는 인생에서 한가지 일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에서도 법률팀이 아니라 각종 무기체계를 검증하고, 방산 수출 및 군함 제작을 총괄하는 일을 했으며, 군검사, 국제전범재판소 연구관 등으로도 일했다. 2020년에는 최초의 판사 출신으로서 법무심의관에 임명되었고, 최장기 법무심의관으로서 약 20여건의 법안을 마련했으며, 2023년부터는 송무심의관에 임명되어 정부를 당사자로 하는 전국의 민사소송·행정소송을 지휘했다. 2024년 봄부터는 로펌 예문정앤파트너스를 설립해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곳에 정착하기를 거부하는 듯 군함을 건조 중인 바다 위로, 국제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로, 새로운 법을 만드는 법무부로, 그렇게 부단히도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그가 『범죄사회』의 저자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범죄사회』에는 정재민이 판사로서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이력과 우리 사회의 범죄 대책을 마련하는 법무부에서 일한 경험, 그리고 tvN 「알쓸범잡」 등의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깨닫게 된 바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 그는 판사로 일할 때는 피고인 개개인의 특정 사건을 재판하는 데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지만, 법무부에서 일하게 되면서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범죄 발생 추이나 범죄대응 시스템의 설계방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범죄자가 형량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됨으로써 그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생각한다. 범죄자는 결국 우리 사회로 돌아올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십상인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범죄라 하더라도 그 사건에는 우리 사회의 여러 제도가 중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