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 같은 학우들, 그들을 아우르는 행자 할머니
과감하게 새로운 시간의 문을 열고 뛰어들었지만 학교생활은 위태롭기만 하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온 학우들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험난한 인생을 헤쳐온 이들답게 걸핏하면 싸우고 툭하면 교실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다. 나이 어린 새내기 교사는 그들을 다스리기는커녕 오히려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쌈닭들을 진정시키고 번번이 파국을 막는 것은 행자 할머니다. 어린 선생님에게는 위로를 주고, 함께 공부하는 벗들은 공평함과 따뜻함으로 감싸 안는 행자 할머니의 말은 어느덧 흥분한 마음들을 가라앉히는 진정제 역할을 한다. 행자 할머니가 기꺼이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함께 공부하는 그 시간이, 벗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50여 년간 유예해두었던 꿈을 마침내 이루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행자 할머니의 노력 덕분에 학우들은 점점 서로에게 스며들고 종내는 친자매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된다. 특히 행자 할머니를 비롯해 순자, 선녀, 시옷으로 이루어진 할머니 4인방은 남들보다 일찍 등교해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고 공부하며 졸업의 꿈을 키운다.
“엄마! 어머니! 엄니!”
결코 평탄하지 않은 졸업의 길
시작부터 그랬다. 등교 첫날, 아들이 전화를 해서는 온갖 이유를 대며 행자 할머니의 학업을 만류했다. 그러나 한번 결심한 일은 결코 무르는 일이 없는 행자 할머니였다. 소란스럽던 교실 분위기도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낯설고 어색했던 선생님, 벗들과도 서로의 가정사를 챙기며 돌봐주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간절히 다시 한번 원했던 소풍의 꿈도 이뤘다. 생애 처음으로 배우는 영어는 수업 시간을 기다릴 만큼 재미나기만 했다. 길을 걷다가도 파닉스 시간에 공부한 영상 리듬이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몸이 들썩거렸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신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학우들과 의기투합해 졸업을 향해 질주하던 행자 할머니에게 제동이 걸린다. 불안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맞벌이 부부인 아들은 손녀를 돌봐달라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