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에 만난 여우 아주머니와의 흥미진진하고도 으스스한 여정
산모롱이에서 시작된 생쥐 휴버트와 여우 아주머니의 동행은 눈 덮인 언덕을 지나 눈보라를 헤치고 아슬아슬한 나무다리를 건너며 숲속 깊숙이 펼쳐진다. 고개를 넘어 무사히 산모롱이를 빠져나왔다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문득 뒤돌아보니 여우 아주머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길엔 휴버트의 발자국만 남아 있는데…….『산모롱이에서 목소리가 들려』는 휘몰아치는 바람, 거센 눈보라, 어슴푸레한 저녁, 쌓여 가는 설경 배경에 미스터리한 여우 아주머니를 등장시킴으로써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그러다 갑자기 사라진 여우 아주머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은 가슴 조이던 긴장을 순식간에 해소하며 안도감을 준다. 눈보라가 거세게 내리는 어느 겨울날 오묘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작품은 이불 속으로 숨으면서도 또 끝까지 관전하면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양가감정에 있는 아이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자극하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나간다.
보는 관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그림책
『산모롱이에서 목소리가 들려』는 어떠한 정체가 밝혀지거나 사건이 해결되는 것 없이 끝을 맺는다. 놀라운 일을 겪고 집으로 돌아온 휴버트를 맞이한 엄마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러고 나서 가족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면, 휴버트의 엄마 아빠는 모두 책을 읽고 있고, 휴버트 역시 팔 한쪽에 책 한 권을 꼭 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도서관을 오가는 휴버트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험난한 눈보라 길을 헤쳐 온 휴버트에게 산모롱이는 책 속에서 만난 멋진 상상의 나래 중 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겐 여우 아주머니가 실제 인물로 읽힐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휴버트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주는 따스한 존재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유령 같은 존재로 보일 수도 있다. 『산모롱이에서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