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_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첫 번째 편지 × 아이 엠 그라운드
두 번째 편지 × 부드럽고 환한 레몬 마들렌
세 번째 편지 × 설탕에 푹 절여진 토마토
네 번째 편지 × 당신 옆의 무화과
다섯 번째 편지 × 딱딱한 복숭아
여섯 번째 편지 × 참외주스가 있는 테이블
일곱 번째 편지 × 연체된 마음
2부_ 선잠을 자는 별들
여덟 번째 편지 × 100개의 사랑
아홉 번째 편지 × 파란 등뼈 조각
열 번째 편지 × 잔망과 무튼
열한 번째 편지 × 페퍼민트의 사라지는 방식
열두 번째 편지 × 비니의 기쁨
열세 번째 편지 × 잔과 꿈
3부_ 실패수집가
열네 번째 편지 × 실패수집가-단잠
열다섯 번째 편지 × 팔레트, 늪, 사랑-지구 반대 편에서
열여섯 번째 편지 × 실패수집가-원샷
열일곱 번째 편지 × 마사코와 비누
열여덟 번째 편지 × 등헤엄
열아홉 번째 편지 × 노이즈 캔슬링
스무 번째 편지 × *23#
지난 계절에서 온 답장 × 미래의 파인애플 화분을 기다리며
깊은 밤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주춤거리는 입으로 말을 고르는 사람.
시작된 말에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몇 번이고 자신의 말을 들여다보는 사람.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강혜빈이 보내온 첫 번째 편지.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밤의 팔레트』, 『미래는 허밍을 한다』를 펴낸 시인 강혜빈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시인 ‘강혜빈’, 사진가 ‘paranpee(파란피’, 그리고 또 하나의 이름 ‘강이도’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그의 첫 산문집인 만큼, 수필, 편지, 사진, 초단편소설 등 어디서도 보지 못한 다채로운 강혜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산문집은 오래도록 사물을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이자, 숨겨진 색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시와 사진을 통해 다정한 시선으로 오래도록 사물을 바라본 강혜빈만의 은근함을 오롯이 담고 있다. 누군가는 지루하다 말할지 모르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빛을 찾아내고 신중하게 말을 골라 완성한 그의 문장에는 깊은 신뢰가 묻어 있다.
까만 어둠 속에서 파란빛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의 밤이 단지 까만빛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바로 우리가 강혜빈에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계절에서 온 답장 × 미래의 파인애플 화분을 기다리며
이것은 오래도록 사물을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사물에 숨겨진 다른 색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하나의 사물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일을 지루하다 말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남들은 보지 못한 색을 찾아내곤 합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그렇게 찾아낸 사물의,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숨겨진 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혜빈은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바라본 것에 대해 오래도록 말을 고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를 알지 못하지만 그의 문장에 깊은 신뢰를 느낍니다. 깊은 밤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