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4
| 1부 |
적멸을 가르치는 꽃 13
십일월 14
슬픔은 사람의 일입니까 15
고독의 원적지 16
아이다호에서 17
지워진 노래, 숨어버린 이야기 18
십이월 19
묘비를 쓰다듬으며 20
혼술 21
성터에서 22
증발된 사랑 23
창밖이라는 당신 24
빨간 벽돌집 이층 25
불행의 시놉시스 26
들여다본다 27
아픈 칼 28
북부역 29
잠시라도 30
나는 그 사람이다 31
슬픈 노래 32
견디는 것에 대하여 33
마지막 시 34
|2부 |
당신과 나 39
사라져버린 빛 41
당신의 배후 42
여름은 매번 돌아왔지만 43
한마디 말도 없이 44
침묵과 문장 45
눈과 눈 사이 46
무너진다 47
거룩한 속도 48
반성 49
동해비치 506호 50
피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52
안아줘 53
어떤 사태 54
무정을 말하다 55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56
메모 57
이별과 이별 58
검게 탄혀 59
눈물이 뭐냐고 60
8월 61
슬픔이 다가온다 62
사랑을 하면서 살아남은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산문집 『죽지 말고 지지 말고 사랑해』는 이와 같은 시대적 맥락에서 나온 로맨티시즘으로의 회귀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 민하영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 살아남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더욱이 살아남은 일을 쓰는 일은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부끄러움을 감내하는 것으로 사랑의 전모를, 우리가 사는 동안 한 번쯤 목숨을 걸어도 좋았을 사랑의 면목을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우주의 한 점, 일시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이 작은 시공에서 내 존재의 빚을 갚고 싶었습니다.” 신인작가의 이 고백은 우리 시대가 통째로 잃어버린 감수성으로의 복고를 그가 의도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하는 텍스트로 읽힌다.
“몸서리치게 고독할 때 가끔 이국의 공동묘지를 배회했다
난 슬픔을 알지 못해 삼아 놓은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지워진 그 자리에 넋을 들여놓기도 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랑하다 죽어버린 이의 묘비를 쓰다듬었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듯이
차가운 생을 어루만지듯이”
- 「묘비를 쓰다듬으며」 중에서
“사랑 생존자가 들려주는 87편의 사랑노래”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작가 민하영은 자신이 치르거나 겪은 사랑과 이별의 정한과 슬픔을 1인칭 화자의 가장 적실한 문체로 가감 없이 묘사하는데 그 언술들은 어디에도 감염된 흔적이 없는 고유하면서 개성적인 감성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하다 죽어버린 이의 묘비를 쓰다듬었다”라는 레토릭은 그렇기에 섬뜩하리만큼 투명하고 시사적이다. 이를, 사랑은 목숨과 바꿔도 좋을 만한 것이라는 작가의 신앙 고백으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작가의 언술들이 정교한 미학적 통제와 라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 수록된 자유로운 형식을 꾀하고 있는 작품들이 행간을 통해 한결같이 노출하고 있는 것은 격정과 회한, 갈망, 외로움, 고독 같은 격렬한 감상(感傷이지만 작가는 표피적인 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