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일상을 날리는 찬란한 반란
우리 안의 질주 본능을 일깨우는 뜨거운 ‘스피드’
‘저쪽 세계까지 주먹 두 개.’
소설의 주인공인 여고생 가나코는 자신의 손을 뻗어 그 간극을 메우고 새로운 세계로 확실히 진입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내 손으로 낚아챈 것을 이 세상의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고. 이제 나만의 스피드 있는 삶을 살 것이라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은 한결같이, 무엇보다 우선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더 좀비스’ 시리즈의 주인공은 모두 ‘싸움’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자신의 세계에 만족한 것처럼 살던 인물이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좀비스’ 멤버들 또한 끊임없이 촉수를 세우고 세상과 대결한다. 물론 삼류 고등학생에 불과한 볼품없는 그들이 거대한 세상과 맞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좀비스’라는 별명처럼 이들은 절대 기가 죽지 않는다. 모두가 이들의 처지를 비웃어도 이들은 세상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쾌활하다. 그리고 자신의 ‘속도’를 가지고 열심히 춤을 추고, 달리고, 세상과 맞선다. 이렇게 죽지 않고 버티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나름의 ‘선의’를 지키며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작업하는 엔터테인먼트형 작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저자는 자신의 작품에서 독자들이 무엇보다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저자의 바람처럼 『스피드』는 즐거운 작품이다. 저자만의 독특한 인생 통찰이 반짝이는 유쾌하고 아름다운 소설. 소설 속 주인공의 스피드가 느껴지는 다음 대목처럼, 독자들도 자신만의 스피드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브레이크에서 액셀로 발을 옮기고 힘껏 체중을 실었다. 엔진은 비명을 지르면서 힘차게 몸체를 앞으로 끌고 갔다. 내리막길에 들어선 차는 가속도를 내면서 주변 세계와 소리와 색깔을 모두 빼앗아버렸다. 핸들을 통해 전해지는 중력이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