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장 환멸에 따른 변절자
안드레이 블라소프: 악마와 악마 사이의 고뇌
발터 폰 자이틀리츠-쿠르츠바흐: 이용만 당한 명문가 출신 장군
카를 프리드리히 괴르델러: 포기를 모르는 이상주의자
2장 시대의 희생양
필리프 페탱: 구국의 영웅인가? 허수아비 부역자인가?
아이바 토구리 다키노: 도쿄의 치명적인 장미
마를레네 디트리히: 죽어서야 조국에 돌아오다
3장 극단적 신념의 추종자
비드쿤 크비슬링: 매국노의 동의어가 되다
레옹 드그렐: 마지막 파시스트
4장 이기적인 배신자
카렐 추르다: 저항의 투사에서 추악한 변절자로
갈레아초 치아노: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한 비운의 황태자
하임 룸코프스키: 핍박받는 자들의 지배자
5장 민족주의 투쟁가
수바스 찬드라 보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
드라골류브 드라자: 미하일로비치 방랑하는 세르비아인
스테판 반데라: 영웅과 악마의 경계에 있던 사나이
에필로그
감사의 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절’을 택한 문제적 인물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에 대한 평가로 돌아보는 근현대사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지금으로부터 84년 전인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하며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이었던 데다, 전쟁의 배경에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민족 갈등이 있었던 만큼 당시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두고 끝없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자신이 속해 있던 국가(혹은 정권를 등지고 다른 편을 택해, ‘반역자’ 내지는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들이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반역자와 배신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쓰인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14명의 문제적 인물들의 삶을 추적하다 보면 당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근현대사의 오랜 문제들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흉상 하나를 두고 둘로 갈라진 도시
2021년 3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북동부의 비엘리나에서는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흉상 하나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시민들의 의견이 양분된 것이다. 이 흉상의 주인공은 옛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군인인 드라골류브 드라자 미하일로비치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략자 추축군에 맞서 싸운 바 있었다.
문제는 세르비아계인 그가 조직한 저항세력인 체트니크가, 적군인 이탈리아군을 상대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유고슬라비아 내 다른 민족들(보스니아인 포함을 학살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파르티잔 출신인 티토가 권력을 잡은 뒤 그는 반역자로 처벌받아 죽음을 맞았고, 수십 년 동안 언급조차 금기시되어 왔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자 세르비아인들 사이에서는 그를 억울하게 희생당한 민족주의자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리고 보스니아의 도시이지만 세르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