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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멸치 다듬기 (양장
저자 이상교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4-02-29
정가 15,000원
ISBN 978895469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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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서 멸치 떼 목격!”
상상의 경계를 넘고 또 넘으며 펼쳐지는 멸치의 세상 유람

멸치를 다듬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섬세한 손끝 감각과 튼튼한 어깨, 그리고 바로 부스러기를 받쳐 줄 ‘신문지’이다. 널따랗게 펼쳐 둔 신문지 위 수북한 멸치들 틈에는 어리둥절 딸려 온 게나 꼴뚜기도 섞여 있게 마련. 오늘자의 특종 소식과 기상 예보, 띠별 운세, 구인 구직 공고, 생활 정보와 토막상식, 네컷만화와 연재소설까지 신문지 속 세상은 어질어질할 정도로 다채롭고 흥미롭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멸치들은 어느새 땡그란 눈을 빛내며 몸을 풀기 시작한다. 바다 밖 세상이 이렇게 재미났던가? 그럼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

철새 떼에 섞여서 도시 위를 날다가 발레리나의 무대 위로, 명화 속으로, 깜깜한 우주 공간을 지나 태양이 작열하는 휴가철 해변까지 사방팔방 종횡무진 멸치들의 여정이 이어진다. 밤코 화가가 꼼꼼하게 숨겨 둔 웃음 요소들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위트는 책장을 넘길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빵 터지는 폭소와 잔잔하게 터지는 개그, 치워도 치워도 어디선가 발견되는 고양이 털 같은 재미까지 골고루 갖춘 영양만점 그림책!

“302호 사람들, 멸치를 다듬어 어디에 썼나!”
해껏 열중한 노동 뒤에 기다리는 행복한 포만감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다 보면 어느새, 똥 떼고 대가리 빼고 똥 떼고 대가리 빼고 있는 내 손을 발견할지 모른다. 급기야 몸통 모아 놓은 그릇에 대가리를 놓고, 대가리 모은 그릇에 몸통을 놓는 실수를 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노고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는 중대한 실수에 옆 사람에게 호된 질책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얼른 사과하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호시탐탐 행운을 노리는 밤색 고양이를 막아 가며, 어깨와 허리를 틈틈이 풀어 가며 다듬고 다듬고 다듬다 보면 드디어 끝! 길고 긴 오늘의 멸치 다듬기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배 속을 따뜻하게 데우며 차오르는 행복감이 바로 그림책 『멸치